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초대관장

“서울시립과학관을 찾는 누구나 체험 과정에서 실패를 배우고, 더 많은 질문을 품고 돌아갈 수 있는 성장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서울시 최초 청소년 과학관인 ‘서울시립과학관’의 개관을 이틀 앞둔 17일 기자들 앞에선 이정모(54) 초대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노원구 하계동에 자리 잡은 시립과학관은 전국적으로는 126번째 과학관이지만 서울시가 세운 것으로는 처음이다.
여러모로 기존 과학관과는 다르다. 이 관장은 “과학관은 보통 전시하는 곳에 그치는데 이곳은 시민들이 연구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람하고(seeing) 배우러(learning) 오는 데다 더해 직접 체험하는(doing) 곳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반복해서 실패하듯 관람객들도 실제로 아이디어를 내 만들어 보고 실패하고, 그 실패의 결과까지 전시하는 과학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하 1층~지상 3층, 전시면적만 3,700㎡ 규모 공간에는 누구나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공장’이 마련돼 있다. ‘메이커 스튜디오’와 ‘아이디어 제작소’다. 과학을 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공간과 재료를 내준다. 이 관장은 “과학은 손으로 배워서 몸으로 익혀야 하는데 책과 모니터로 배우고 시험 보고 끝난다”며 “사라진 그 중간 과정이 공공 영역에서 우리 과학관이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보다 성인 눈높이 맞추고
관람객 수용 300명으로 제한
“눈으로만 보는 전시물은 없다”
시민이 연구하는 과학관 추진
그런 의미에서 첫 시립박물관으로서 역할도 중요하다. 과학관은 복지 차원에서 존재해야 한다는 게 평소 그의 지론이다. “사립은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지나치게 쉽고 재미있는 요소만 강조하게 되죠.” 대부분의 과학관이 과학관인지 오락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그는 꼬집었다. 머무는 시간을 되도록 짧게 해 더 많은 관람객을 받으려고 하는 보통 과학관과 달리 시립과학관은 한 관을 돌아보는 데만 50분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한 번에 최대 300명 정도밖에 못 받는다. “사진만 찍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전시물은 여기 없어요. 앞에 앉아 손으로 작동해 보고, 한참 설명을 읽어야 하죠.” 전시물마다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과 성인 눈높이에 맞춘 다소 어려운 과학관이 됐다. 여기에는 과학은 본래 어려운 것이라는 이 관장의 생각이 깔려 있다. 그는 “억지로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려다 보면 결국 핵심이 빠지게 된다”며 “전시물을 접하고 직접 해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쉬워지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이들 눈높이에 전시물의 난도를 맞추던 전 세계적인 과학관 추세도 이젠 성인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는 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거든요. 과학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 체계의 한계와 오류를 밝히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게 진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귀를 열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과학이 가르쳐 줍니다.” 시립과학관을 일상 속 과학 원리를 체험하는 공간이자 서울 과학문화의 구심점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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