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학술행사 축소 관련
“진상조사마저 미흡”파장 확산
전국 법원서 잇달아 법관 회의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전국법관회의 지원을 언급한 데에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잇따라 열렸던 법관회의가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사직하거나 인사 조치됐고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법관들 사이에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양 대법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사법부 수장의 입장 표명은 지난 3월 사법개혁 논의 축소 의혹이 제기된 지 70여일 만이다.
앞서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2월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중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학술행사 축소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이인복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꾸려진 조사위는 지난달 18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의 이규진(55ㆍ사법연수원 18기) 전 상임위원이 학술행사 축소를 지시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국제인권법학회의 학술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에 논의 안건으로 회부했다. 위원회는 조사결과에 연루된 법관들을 심의해 양 대법원장에게 징계 등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등 일선 판사들이 잇따라 법관회의를 열어 대법원장 개입 여부와 판사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급기야 15일에는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판사회의를 열어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내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법관회의에서는 각급 법원을 대표해 참석한 법관들이 사법부 개혁을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판사들의 집단 행동은 과거 사법파동 이후 드물지 않게 있었다. 법원이 시국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뒤 판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가 진행됐던 1971년과 김용철 대법원장의 퇴진으로 마무리된 88년 전국 규모의 판사회의가 열렸다. 2009년에는 신영철 당시 대법관이 촛불시위 사건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전국 법관포럼이 1박2일 동안 열리기도 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