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내정자는 누구
20여년간 경제개혁연대 이끌며
재벌 비리 고발ㆍ소액주주소송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 제기도
정치권 참여 줄곧 마다하다
대선 두달 앞두고 文캠프 합류
제이노믹스 설계에도 앞장
17일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로 지명된 김상조(55) 한성대 교수(전 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 경제학자이자 재벌개혁 시민운동의 ‘상징’같은 인물이다.
1962년 경북 구미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내정자는 재벌ㆍ금융시장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단체인 경제개혁연대를 20여 년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재벌의 비리와 관련된 각종 고발과 소액주주소송 등을 주도했다.
김 내정자를 떠올릴 때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삼성그룹과의 관계다. 그는 오랜 기간 ‘삼성 저격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경제개혁연대를 통해 꾸준히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문제 삼았다. 2008년 8월에는 삼성 특검 관련 이건희 회장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참석,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이 배임(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는 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미래전략실을 두고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엔 최순실 권력농단 관련 특검에서 삼성 경영권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다른 대기업들과도 ‘악연’이 많다. 2003년엔 SK그룹의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지배개선을 요구했고, 이듬해는 삼성ㆍLG 등 재벌그룹 총수들을 2002년 대통령선거 불법 선거자금 제공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기업어음(CP) 매입과 관련 검찰에 고발한 이도 김 내정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개혁 성향이면서도 특정 정치세력과 직접 손을 잡는 것은 줄곧 마다하다 결국 지난 3월 김광두 전 서강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공직에 출사(出仕)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당시 갑작스러운 변신에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정상 선거였다면 정치에 합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수위도 없이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장의 높은 기대를 안고 출범할 때 생길 문제점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이노믹스(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구상) 설계자 중 한 사람인 김 내정자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실행에 옮기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 보수정권에서 성장의 주요 논리로 중시했던 낙수이론(부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 확대로 그 돈이 저소득층에까지 흘러 들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경제민주화는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던 1987년 체제의 경제민주화(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인정하되 규제를 통해 성장의 과실이 이전되도록 하는 것)였다”며 “저성장이 일상화한 상황의 경제민주화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재벌에 대한 규제만 강조하는 대신 불공정 행위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완화,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지난 10일 본보 인터뷰에서 가계부채 총량제의 소프트랜딩(연착륙)과 ‘폴리시 믹스’(Policy Mixㆍ정책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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