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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개막, 바둑계도 기대감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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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개막, 바둑계도 기대감 ‘UP’

입력
2017.05.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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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바둑계에서도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상당한 바둑 애호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새 정부의 중국 특사로 선임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미국 특사로 임명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등의 바둑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해 7월 당시 문재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기원에서 한국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해 7월 당시 문재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기원에서 한국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우선, 문 대통령이 아마 4단의 바둑 고수다. 중학교 때부터 바둑에 취미를 가진 문 대통령은 평소 특별한 약속이 없을 경우, 조훈현 9단이나 서봉수 9단의 대국을 검토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엔 한국기원의 초청을 받아 ‘나의 삶, 그리고 바둑’이란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이 강연에서 바둑과 등산, 구글 인공지능(AI)인 알파고, 제4차 산업혁명 등을 언급하면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바둑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바둑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지난 2005년 6월 당시 이해찬(맨 왼쪽에서 세 번째) 전 국무총리가 서울 창덕궁에서 열렸던 '제39기 왕위전' 결승전의 복기를 참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2005년 6월 당시 이해찬(맨 왼쪽에서 세 번째) 전 국무총리가 서울 창덕궁에서 열렸던 '제39기 왕위전' 결승전의 복기를 참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 전 총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바둑 애호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전 총리의 바둑 실력은 아마 7단으로, 정계 인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06년부터 이 전 총리 주도로 열린 ‘국무총리배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면서 국내 바둑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홍석현(맨 왼쪽) 한국기원 총재가 지난 2015년 9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차 없는 날' 행사에 참가, 여류 프로기사인 최정 6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홍석현(맨 왼쪽) 한국기원 총재가 지난 2015년 9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차 없는 날' 행사에 참가, 여류 프로기사인 최정 6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미국 특사로 임명된 홍 전 회장은 현재 한국기원 총재를 겸임하고 있다. 아마 6단의 실력을 갖춘 홍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18대 한국기원 총재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홍 총재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한국 프로바둑 경쟁력 강화,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 ▦아마추어 보급사업 확대, ▦바둑팬들과의 소통 등을 4대 과제로 제시했다. 홍 총재는 또 전국체전과(2016년) 소년체전(2015년)에서 바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키는 데 가교 역할을 담당하면서 바둑 대중화 기반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안희정(왼쪽)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가 지난 1월 도지사 공관에서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측 제공
안희정(왼쪽)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가 지난 1월 도지사 공관에서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측 제공

아마 5단인 안 지사의 바둑 사랑은 일찌감치 확인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의 후원 회장 영입 소식을 전하면서다. 안 지사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문 대통령 당선 기념행사에 참석, 문 대통령의 볼에 기습 뽀뽀를 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9단은 대선 직전인 지난 6일 한 공중파에 출연, 문 대통령의 찬조 연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바둑에 대한 관심 높은 정계 인사들이 새 정부의 주축 세력들로 확인되면서 바둑계 내부에서도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현재 당면한 국내 바둑계 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둑계에선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프로기전의 부활을 꼽고 있다. 현재 나이나 기력에 관계없이 남녀 모든 프로기사들이 참가할 수 있는 국내 개인전은 사실상 ‘GS칼텍스 프로기전’과 KBS 바둑왕전 뿐이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명인전’이나 ‘국수전’, ‘렛츠런파크배’, ‘올레배’ 등은 경제적인 후원 문제로 중단됐다.

이 밖에 ‘맥심커피배 입신 최강전’(9단만 참가)나 ‘SG 페어바둑최강전’(남녀 복식),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 ‘하찬석 국수배 영재바둑대회’(만 17세 이하 참가) 등은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벤트 기전에 가깝다. 국제 기전인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와 ‘LG기왕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등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국내 프로바둑 대중화를 위해선 부족한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진석 현 국가대표 감독(9단)은 사재를 털어 지난해부터 ‘미래의 별 신예 최강전’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전 대국이 적은 신예 기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에서다.

바둑계 내부에선 지난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맞대결 이후 높아졌던 바둑에 대한 관심이 경기 불황에 맞물려 정작 중요한 프로기전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계에 직면한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역시 프로바둑기전의 부활이다”며 “최근 한국 바둑이 중국에게 크게 밀리는 이유도 국내 프로바둑기전 축소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한 프로바둑 기사도 “공식기전이 줄어들다 보니,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바둑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많은 공식 기전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23일부터 우승상금 150만달러(한화 약 17억원)를 놓고 알파고와 세계 랭킹 1위인 커제의 3차례 맞대결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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