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ㆍ중국과 가족 문화 비슷
내집 마련 다음 목표는 車
다닥다닥 붙은 주택, 미로 같은 골목, 오토바이에 포위돼 움직이는 길거리 자동차…. 이런 열악한 교통 환경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미래에 대단히 회의적이다. 자전거의 나라에서 오토바이의 나라로 변신하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베트남이 ‘자동차의 나라’가 되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최덕준(52) 메르세데스 벤츠 베트남 대표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정부가 어떤 억제책을 내놔도 승용차 증가는 막을 수 없다”며 “머지않아 1가구 1자가용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비슷한 ‘동양 문화권’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내 경험을 종합하면 베트남 사람들도 가족의 안전한 울타리, 즉 집에 대한 애착이 한국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주택 다음의 목표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토바이 한 대에 온 가족을 위태롭게 태우고 다니는 베트남 가장들이 집을 마련하면 자동차 구매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 대표는 1999년부터 홍콩, 싱카포르, 중국, 한국 등에서 근무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을 목격했다. 특히 2006~2013년 메르세데스 벤츠 차이나에서 일할 때 40곳에 불과하던 중국 내 대리점 수를 150개 도시, 320곳으로 확장시켰다. 판매량도 2만1,200대에서 10배가 넘는 21만8,000대로 늘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1995년에 설립된 메르세데스 벤츠 베트남에 동양인 최초로 지난해 5월 승용부문 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 대표의 전망이 현실화하려면 주차장 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그는 2006년 베이징(北京) 근무 당시 도심 사정을 예로 들며 “베트남도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도 발전하고 있는 만큼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면 주차장 문제 역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본격 성장할 때 베트남과 비슷한 난관에 부닥쳤으나 자연스럽게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이미 주택구조가 아파트로 바뀌기 시작했고 신축 건물에 지하주차장 의무화 움직임도 일고 있다”며 “평균 연령 30세의 젊은 베트남인들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자동차 시장의 덩치를 크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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