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도약기회 잡아라] <상> 축포 못 쏘는 사상 최고치 상>
한국 증시가 갈림길에 섰다. 코스피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스피 3,000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개인 투자자의 소외감은 커져가고 있다. 상승장의 과실이 고스란히 외국인의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외국인이 한꺼번에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 한국 자본 시장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 놓고 있다.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건과 과제는 무엇일까.
16일 코스피는 한 때 2,309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곧 바로 2,300선을 내 주고 결국 4.68포인트(0.2%) 오르는 데 그친 2,295.33으로 장을 마쳤다. 개인(226억원)과 기관(448억원)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1,068억원)의 사흘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지수는 2,300선 안착에 다시 실패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도 코스피는 장중 2,322까지 솟구쳤다 밀리면서 2,270.02로 마감됐다.
이유 있는 ‘바이 코리아’
올해 한국 증시는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다. 배경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주식을 6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글로벌 대세 상승장에 한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도 호전되자 국내 기업들을 쓸어 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9% 증가(전분기 대비)해 3분기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은 6개월 연속 늘었다. 기업들 실적도 탄탄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3년 연속 이익 상승세다. 올해도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실적 호전과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신흥국 주식 안에서 한국의 비중이 작년 말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은 좋은 반면 국내 주식은 여전히 저평가돼있다. 외국인에게 한국 주식이 매력적인 이유다. 지난 12일 기준 한국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를 수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저평가)은 9.2배로, 선진국(16.6배)뿐 아니라 신흥국(12.3배) 시장 평균보다도 낮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가운데 기업 실적이 좋고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며 6년간의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탈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안보가 흔들린다”
문제는 우리 증시의 상승세가 지나치게 외국인 수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올 들어 16일까지 개인이 4조원대, 기관이 5조원대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은 7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지수 상승을 이끈 셈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전자로 순매수 규모는 9,200억원이나 된다. 외국인 매수에 LG전자는 올해 주가가 53%나 상승했다. 현대차, KB금융, 삼성SDI, 코웨이 등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5%에 달한다.
그러나 상승장을 주도해 온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설 경우 증시는 다시 고꾸라질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리스크 요인들이 완화되고 기업들의 기초체력도 좋아졌는데 이 과실이 모두 외국인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상황“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한꺼번에 매도하고 나갈 경우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에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상승세가 꺾인 바 있다.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핵 이슈, 대중 교역 차질, 신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상존해 최근 주가를 이끈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 여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손만으론 코스피 3,000시대는 요원한 일”이라며 “개인들이 대박을 바라기 보다는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률로 목표를 낮춰 잡고 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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