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16일 퇴진을 선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그 분(문 대통령)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 날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권교체는 이루어졌고 제가 할 일은 다한 듯하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두 사람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동고동락해 온 최측근이자, 온 몸을 던져 정권교체를 일궈낸 일등공신이다. 청와대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했던 배경이다. 본인들도 문 대통령을 돕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을까. 하지만 이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양 전 비서관은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ㆍ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인재 영입을 주도했던 최재성 전 의원도 “지금은 인재가 넘치니 비켜있겠다”고 퇴진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끊임없이 보수 세력의 친노ㆍ친문 프레임에 시달렸다. 심지어 진보 진영에서조차 패권주의 존재를 당연시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패권주의를 패배 요인으로 지적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처럼 문 대표도 비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친노를 멀리하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실체 여부를 떠나 친노ㆍ친문 패권주의 논란은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권 창출의 산파역을 했던 두 사람이 2선 후퇴를 결정함에 따라 문 대통령은 계파와 지역, 노선을 아우르는 대통합 인사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미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는 인사 방식을 선보였다. 호남 출신 총리와 비문(非文) 비서실장에 이어 경선 때 박원순, 안희정 후보를 도왔던 인사들을 요직에 앉혀 계파를 불문한 인사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금주 중 총리 후보자와 장관 인선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각 구성에서도 정파와 지역을 아우르는 탕평과 통합의 진용을 구축하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공적 시스템 밖에서 대통령의 권력 운용에 개입하는 비선의 존재는 정권을 병들게 하는 암적 요소”라고 비판했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측근정치, 비선정치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국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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