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와 U-20 월드컵 개막전(5월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을 기니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팀이다.
지난 3월 중순 막을 내린 아프리카 지역 최종예선 이후 기니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이후 평가전 등을 소화한 기록이 없고, 어디에서 전지 훈련을 했는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베트남에서, 잉글랜드는 일본에서 전훈을 소화한 뒤 16일 입국했다고 알려줬지만 기니는 같은 날 한국에 들어왔다는 내용만 공지했다. 정보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신태용(47) U-20 대표팀 감독도 “(기니가)최근에 어디서 누구와 평가전을 했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방법이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기니의 별명은 ‘아프리카의 브라질’이다. 개인기가 뛰어나고 유연한 선수가 많다. 한국과 지난 14일 평가전(2-2)을 한 세네갈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최종예선 동영상을 보고 상대를 분석한 신 감독은 “공격은 투 톱에 크게 의존한다. 빠른 스피드로 수비 뒷 공간을 노리고 키가 크고 점프력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세트피스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며 “그러나 수비에서부터 공격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우리가 그 점을 십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예선에서 2골 2도움을 올린 포르투갈 FC아로카의 미드필더 모를라예 실라가 요주의 인물이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오마르 투레, 프랑스 아작시오의 장 페르난데스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경계 대상이다.
기니는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축구’로 희망을 안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기니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로 약 2,500명이 사망하는 국가적 재앙을 겪었다. 국가대표 축구 팀과 클럽 팀들도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2016년 중반까지 나라 밖에서 경기를 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딛고 1979년 일본 대회 이후 38년 만에 U-20 월드컵 출전의 감격을 이뤘다. 작년 기니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감독’이었던 만주 디알로(54) 기니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인터뷰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나라가)큰 고통을 당한 후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라고 본선 진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U-20 연령대에서는 기니와 상대한 적이 없지만 2015년 10월 칠레 U-17 월드컵 때 기니와 한 조에 속했다. 한국이 1-0으로 이기며 2승1무로 16강에 올랐지만 기니는 1무2패, 꼴찌로 탈락했다. 당시 멤버 6명이 이번 기니 U-20 대표팀에 포함돼 있다. 2년 전 기니와 맞붙을 때 사령탑이었던 최진철(46) 전 U-17 대표팀 감독은 “기니는 철저히 개인기 위주의 팀이었다. 3명의 공격수가 아주 빠르고 위협적인데다 생각지도 않은 기술들을 선보여 우리 선수들이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수비는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또 선수들 각자가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서 유럽 리그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경향들이 강해서 조직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우리 대표팀이 자신감을 갖고 임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디알로 감독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최대한 멀리, 최종까지 가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첫 번째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선수에 대해 아무것도 연구하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 세네갈과의 평가전 영상을 봤는데 나름 잘하는 것 같다. 너무 (한국 전력 분석에 대해)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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