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18년 동안 토트넘을 지켜온 화이트 하트 레인은 15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37라운드 경기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추게 됐다.
토트넘은 2018~19시즌 완공을 목표로 6만 1,000석 규모의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토트넘은 다음 시즌 모든 홈경기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를 예정이다. 이날 정든 홈구장과의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는 토트넘 팬들의 다양한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작별은 축제 분위기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천 명의 관중이 피치 안으로 난입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관중들은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는 등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덕분에 고별 행사는 한동안 지연됐다. 일부 팬들이 그라운드의 잔디를 뜯어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화이트 하트 레인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경기장 일부’를 가져가려 시도했다. 실제 몇몇 팬들이 의자를 뜯어가려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영상 속의 팬은 고정된 나사로 의자가 뜯어지지 않자 수차례 발로 차고 흔드는 등의 ‘열정’을 보였다.
경기장의 로고와 안내판을 떼서 가져가는 팬들도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성인 키 정도의 경기장 안내판과 함께 지하철에 탄 팬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인터뷰에서 더그아웃 의자를 가져가겠냐는 질문에 “너무 커서 아내가 싫어하겠지만 그러고 싶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화이트 하트 레인의 한 기둥에는 편지가 붙었다. 2007년부터 토트넘을 응원하며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이 팬의 지정석은 앞에 기둥이 자리해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외진 자리였다. 경기장 철거 소식에 10년 간 자신의 시야를 가렸던 기둥에게 편지를 써 붙인 것. 종이에는 “(잃어버린) 추억에 감사한다. 2007년 2월 4일~2017년 5월 14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경기 후 고별행사에서는 소나기가 그치고 무지개가 걸렸다. 무지개와 함께 관중들과 선수단은 ‘글로리 글로리 토트넘 핫스퍼’를 함께 불렀다. 거짓말처럼 마지막을 장식한 무지개에 팬들은 “황홀한 마무리”라며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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