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공무 관련성 인정

전두환 정권 시절 의문사한 고(故) 허원근(사진) 일병이 숨진 지 33년 만에 순직 인정받았다.
국방부는 4월 28일 제17-5차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개최해 “대법원에서 ‘진상규명 불명’ 판결을 받은 허 일병의 사망구분을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그간 허 일병의 사망에 대해 ‘자살’ 의견을 고집해 온 국방부는 이번 결정 이유에 대해 “허 일병에 대한 순직 결정은 9명의 심사위원이 관련 대법원 판례를 준용해 사체의 발견 장소, 사망 전후의 상황, 담당했던 공무의 내용을 심도 있게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 소속으로 내무반 인근 폐유류 창고에서 양쪽 가슴과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기관은 “중대장의 폭력, 가혹행위, 괴롭힘 등 복무 염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 냈다. 반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과 2004년 두 번의 조사에서 ‘타살’이라고 판단했다. 의문사위는 허 일병이 노모 하사가 쏜 M16 소총에 맞아 숨졌고, 이후 군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내무반에서 총탄을 맞은 허 일병을 폐유류 창고로 옮기고 2발을 더 쐈다고 결론 냈다.
허 일병 유족은 의문사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자살로 뒤바뀌었다. 이후 2015년 9월 대법원은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미흡만 인정한 채 자살·타살 여부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2016년 12월 유족의 재심 청구도 기각돼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월 허 일병 유족이 제기한 고충 민원에 대해 허 일병의 사망은 공무 관련성이 있다며 순직을 인정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에 국방부는 허 일병의 순직 인정에 관해 “허 일병이 일반전초(GOP) 경계부대의 중대장 전령으로 복무 중 영내에서 사망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권익위 권고를 수용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사망 형태가 불분명한 ‘진상 규명 불명자’의 사망이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등 공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인정되면 순직 처리될 수 있도록 사망 분류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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