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하다’는 ‘믿을 만하다’라는 뜻이다. ‘믿음 직하다’는 ‘믿을 법하다’, 즉 ‘믿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뜻이다.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것이다.
“모친은 남자란 그렇게 용감해야 하고 얕은 재치보다는 도리어 둔해 보이는 편이 믿음직해 좋다고 부러워했다(손창섭 <낙서족>)”. 여기서 ‘믿음직하다’는 ‘믿다’에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음직하다’가 붙은 말이다. 접미사가 쓰였으니 당연히 붙여 써야 한다. 접미사 ‘-음직하다’는 앞말이 ‘ㄹ’로 끝나거나 받침이 없을 때는 ‘-ㅁ직하다’가 된다. (물이 얾직하다, 행동이 바람직하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얘기했으면 웬만하면 믿음 직한테 속지 않는다.” 여기서 ‘믿음 직하다’는 동사 ‘믿다’에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는 보조형용사 ‘직하다’가 연결된 말이다. 보조형용사가 쓰였으니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한글맞춤법 제47항에 근거하여 ‘믿음직하다’와 같이 붙여 쓰는 것도 가능은 하다.
접미사 ‘-음직하다’와 보조형용사 ‘직하다’를 구분하는 방법은 ‘하다’를 ‘스럽다’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접미사가 쓰였을 때는 ‘~하다’를 ‘~스럽다’로 바꾸어도 의미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음식이 먹음직하게~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앞말에 ‘-었-’을 넣어 보는 방법도 있다. 보조형용사 앞에서만 ‘-었-’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먹음직하게 놓여 있었다.”에서 ‘먹음직하게’는 ‘먹을 만하게’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먹음직하게’를 ‘먹었음직하게’로 고치면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먹었을 가능성이 높게’라는 뜻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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