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격식 파괴 비즈니스형
아베 스킨십 행보로 실익 챙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두 ‘스트롱 맨’의 외교 스타일은 파격 그 자체다. 아베 총리가 자기 체면을 차리지 않고 한시도 쉬지 않는 ‘광폭 외교’를 펼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국 전통 외교 문법을 파괴하고 상대국에 대한 압박과 회유를 넘나드는 ‘마이웨이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외교가 주변국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기존의 외교 틀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당장 당선자 시절 해외 정상과의 통화 순서만 봐도 이집트-아일랜드-멕시코-이스라엘-터키 순이다. 후순위로 밀린 주요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대외 메시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위기감을 먼저 조성한 뒤 상대를 회유하는 협상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다루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로 미중관계에서 금기 시 돼 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북핵문제에서도 줄곧 “중국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고 시진핑 주석을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미중정상회담 뒤엔 “시진핑을 존경한다”며 중국을 독려했다. 한 현직 고위 외교관은 “기존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으니 불안감이 형성되고, 이 불안감을 활용한 비즈니스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 외교의 특징은 2012년 12월 취임한 뒤 53회에 걸쳐 66개국을 순방한 규모에서 드러나는 과감한 스킨십 행보다. 특히 전략적 이해관계의 틈을 놓치지 않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베 총리의 해외 동선은 인도와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이어졌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의 스킨십에 나서자 남중국해 견제 방어선을 재빠르게 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아베 총리는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충격적 패배로 전세계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전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와 스킨십을 쌓은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의 외교는 정상으로서의 체면보다 국익 우선의 철저한 실용주의를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