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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사회적 소수자 문제에 더 귀 기울여 주세요

입력
2017.05.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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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에 투표했던 대학생 남지우씨. 본인 제공
심상정 후보에 투표했던 대학생 남지우씨. 본인 제공

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21살 대학생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제 생애 첫 대선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제 표는 사표가 됐습니다. ‘햇병아리 노동자’이자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여성으로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표를 던진 것이죠.

사표가 될 걸 몰랐던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기호5번에 투표한 이유는 20대 청년이 처음 맞닥뜨린 노동환경이 너무도 불안하고 열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친구들이 ‘경험’과 ‘젊음’이라는 이름 아래 싼 값에 노동력을 팔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 1월 한 기업의 계약직 인턴으로 일하면서 시간당 6,470원의 최저시급을 받았습니다. 초과수당도 없이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 밤 11시까지 일하던 비정규직 친구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겠지만, 그래도 이건 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동이 당당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심 후보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일자리를 제1의 국정과제로 삼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붙여놓겠다고 하셨지요. 그러나 131만개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대통령님의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였습니다. 저는 핵심은 일자리의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눈을 낮춰야 한다’는 말은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없음을 대통령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또 공공부문을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청년들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권 문제도 심 후보를 찍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올해 2월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성평등의 세상을 선언하셨지요. 저는 유력 대선후보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그러나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린 지난달 25일,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씀하시던 대통령님의 모습은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지 않나요. 대통령님께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소수자들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님의 ‘국민’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사표가 될 줄 알면서도 201만7,457명의 유권자가 심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대통령님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을 겁니다. 노동자와 청년, 사회적 소수자 문제에 항상 귀 기울여주세요.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당당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21ㆍ경기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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