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검찰 수사팀과 법무부 간부들이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돈 봉투까지 오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당사자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수뇌부의 인식이 국민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검찰 개혁 작업과 ‘우병우 세력’ 청산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확인시킨 셈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국정농단 수사팀 6명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가졌다. 여기서 폭탄주가 돌고 50만~100만원이 든 금일봉도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안 국장은 국정농단 수사기간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한 기록이 특검 수사에 의해 밝혀진 인물이다. 국정농단 수사팀은 술판을 벌이기 직전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해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던 참이었다. 수사팀 수장이 내사 대상자와 만나 술판까지 벌였으니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서로 돈 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다. 안 국장은 수사팀 검사들에게 각각 금일봉을 건넸고, 이 지검장도 답례로 검찰국 간부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법무부 국장급 간부가 일선 수사팀에 직접 금일봉을 준 것은 이례적이어서 “잘 봐줘서 고맙다”는 보답 차원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서울지검장이 법무부에 돈을 건넨 것은 실정법 위반 소지마저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법무부 하위기관이어서 ‘하위기관 공무원이 지휘ㆍ감독기관 공무원에게 돈을 줬다’는 점에서 김영란법 위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과 법무부 측은 “으레 있는 격려 자리”라는 입장이지만 이런 안이한 인식과 '패밀리’의식이 우병우와 진경준 전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 부실수사를 초래한 원인일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검찰개혁이 꼽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탈법과 특권을 당연시하는 검찰을 이대로 두고서는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새 정부는 검찰개혁 입법을 서둘러 검찰을 정상적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검찰도 국민적 비난을 비켜 가려면 술판과 돈 봉투 수수의 실상을 밝혀야 한다. 김영란법 위반 여부는 물론 돈의 출처 규명도 불가피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15일 퇴임사에서 “청렴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고 공정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한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