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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대임금 정책

입력
2017.05.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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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기대가 크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단체들도 “6월 총파업에 동참해 정규직 쟁취투쟁을 벌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공존하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계속되면서 양극화를 부추겨 왔다. 이후 모든 정부가 근본적 해결을 공약했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40%를 넘는 900만명에 육박한다.

▦ 과거의 관련 정책은 ‘먼저 파이를 키워라, 그런 다음 가능하다면 패자에게 보상해 주라’는 ‘칼도어ㆍ힉스 보상원리’ 유형의 적선(積善) 방식에 기대거나,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등 선도부문의 성과가 늘어나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등 낙후부문에 혜택이 돌아가 전체 경기가 활성화하는 적하(滴下) 효과에 기대를 거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대거 투입하고 대기업이 경기를 이끌어도 저성장은 계속됐고 과실도 아래까지 떨어지지 않음을 익히 경험했다. 오히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만 더 벌어졌다.

▦ 임금 격차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모델은 스웨덴 노동시장으로 핵심은 ‘연대임금 정책’이다. KBS의 현장취재를 담은 책 <부국의 조건>에 따르면, 연대임금 정책은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나 수익성과 무관하게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동종업계 노동자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거의 같은 임금을 받는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은 지나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단체협약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영합리화를 하든지 폐업한다. 이를 통해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었다.

▦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핵심은 노사 대타협이다. 1938년 노사는 스톡홀름 외곽의 휴양지 살트셰바덴에서 협약을 체결했다.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사 자율로 합의하고 정부는 최소한으로 개입한다는 게 골자였다. 또 합리적 직무평가제도를 통해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고, 감당 못하는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 이로 인해 발생한 실업자는 정부가 실업보험이나 재취업을 통해 구제한다. 귀가 솔깃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노동계의 고통 분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제로시대’가 그리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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