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우리 정부대표단과 예정에 없던 면담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완화 기류도 감지되는 등 중국이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이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우리 정부대표단을 적극 배려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14일 저녁 짧은 시간이나마 단장 자격으로 참석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면담한 것은 상징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29개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 130여개 국가ㆍ국제기구 대표와의 공식 면담 일정이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인 상황에서 별도 시간을 할애해 박 의원을 만난 것은 그만큼 우리 대표단을 중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정상포럼 개막 사흘 전에야 대표단 파견을 결정한 상황에서도 시 주석과의 면담이 성사된 데에는 시 주석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정부대표단 파견을 요청한 점까지 감안하면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에라도 한국의 새 정부를 최대한 예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시 주석이 박 의원과의 면담에서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높이 평가하며 공통점을 강조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이 15일 오후 9시 30분부터 약30분간 중국 외교현안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면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면담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1,000명이 넘는 이번 정상포럼 참석 고위인사들 중 상당수가 양 위원과의 면담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바쁘기로만 따지면 시 주석보다 더 했을 양 위원이 어쨌든 우리 대표단장과 만나기로 한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맞춰 연일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통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물론 소통 노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고, 외교부는 악화된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대화ㆍ협상의 여지가 넓어진 데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사드 보복이 완화되는 듯한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한중 합작그룹 바시티의 중국인 소그룹이 17일 베이징에서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고, 한국 창작뮤지컬 ‘빨래’의 베이징 공연도 내달 진행된다. 지난주부터는 중국의 대표적 음원사이트인 QQ뮤직에 한국음악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대표단과 교민 간담회에선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그간 미뤄졌던 계약이 성사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측에선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달리 예측가능한 대외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대 갈등현안인 사드 문제의 경우 단기간에 양측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내오기는 어렵겠지만 조만간 있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해 폭을 넓혀가는 노력 자체가 양국관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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