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미니 총선’으로 주목을 받았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주의회 선거가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ㆍ기민당)의 승리로 끝났다. 올해 열린 세 차례 주의회선거에서 모두 기민당이 승리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이 유력해진 반면, 마르틴 슐츠 당대표를 앞세워 정권 교체를 꾀했던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14일(현지시간) 열린 NRW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은 전체 표 33%를 획득해 31%에 그친 사민당을 따돌렸다. 2012년 선거에 비하면 기민당은 약 7%포인트를 더 올렸고 사민당은 8%포인트를 잃었다. 지난 50년 중 5년(2005~2010)만이 기민당 주정부 집권일 정도로 사민당 당세가 강했던 지역인 데다 지난 주정부도 사민당이 구성하고 있었기에 이번 결과는 예상 밖이다.
기민당의 승리요인은 12년 집권에도 식지 않은 메르켈 총리의 인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반감과 반유럽주의의 확산으로 집권 후 최저 지지도에 허덕였던 메르켈 총리는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항하는 ‘서구세계의 지도자’로 부각되면서 인기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에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반정부 운동가ㆍ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등 ‘당당한 지도자’상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12일 독일 ARD방송이 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63%였다. 메르켈 총리를 “불확실한 세계를 잘 헤쳐나가는 지도자”로 평가한 유권자는 69%, “총리로서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한 유권자는 57%에 이른다.
반면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슐츠 대표의 국내정치 복귀로 지지율이 일시 상승하는 ‘슐츠 효과’를 봤던 사민당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3월 26일 자를란트ㆍ5월 7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이어 NRW까지 주의회 선거에서 ‘3전 전패’하면서 “슐츠 효과는 죽었다”는 평까지 나왔다. ARD여론조사에서 슐츠 대표의 지지도는 42%로 떨어졌다. 특히 NRW는 슐츠 대표의 고향으로 그는 유럽의회 진출 이전 뷔르젤렌에서 11년간 시장을 지낸 바 있다. 또 NRW의 인구는 독일 총인구의 5분의 1에 이르는 약 1,800만명으로 연방총선 결과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다.
슐츠 대표는 “연방 총선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NRW 총선은 ‘슐츠표 총선 전략’의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더 많은 평등”을 구호로 ‘보육원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내세우는 등 내치 공약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사민당은 노동자 유권자에게서 37%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쇠락한 서부 루르 공업지대의 표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승리를 이끈 미국 ‘러스트 벨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우측으로 기울었다. 반면 기민당은 2015년 마지막 날 밤 쾰른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사건을 상기시키며 치안 강화를 약속해 지지를 모았다.
양대 정당 외에는 우파 자유민주당(FDP)이 12.7%를 얻으며 제3당에 등극, 아르민 라셰트 주총리 지명자가 이끄는 기민당 연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최소득표율 5%를 넘는 7.3%를 기록해 원내진출에 성공했지만 독일 유권자들의 ‘트럼프식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지난해에 비하면 기세가 급격히 꺾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지구촌은 선거 중] ‘여제’ 메르켈, 미니 총선 벽 넘고 4선고지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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