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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심 거스르는 정계개편 안 된다

입력
2017.05.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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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자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이 만든 다당제 구도를 양당제로 되돌리려는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후진적인 가장 큰 이유는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것인데,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권만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대선 표심을 뒤엎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민심은 어느 누구에게도 과반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의 득표가 제2, 3당의 득표의 합보다 4.0%포인트 낮았으며, 민주당과 정의당 표를 합쳐도 과반이 넘지 않는 절묘한 견제와 균형의 정치구도를 만들었다. 정치권이 더 이상 싸우지 말고 다자구도 안에서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해보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정계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국민의당은 대선 2위 자리를 빼앗긴 충격을 극복하고 당내 의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ㆍ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대선 직전 시작된 일부 의원들의 탈당으로 의원 20명 교섭단체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통합정부론을 내세우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참여시키는 연정을 모색하고 있다. 원내 120석으로는 인사청문회 정국 돌파는 물론 국회선진화법으로 쟁점법안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몸집불리기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강한 야당을 외치며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을 외치고 있다.

국민은 정치권의 ‘그들만의 정계개편’을 몇 가지 이유에서 납득하지 못한다. 첫째, 정계개편은 국민들이 대선결과로 보여준 명령을 거스르는 것이다. 대선 민심은 다자구도에서 협치의 새로운 실험을 해보라는 것으로, 그 동안 우리 정치가 양자대결의 승자독식 구도에 매몰돼 양보와 협력 없이 벼랑 끝 대치에만 익숙해진 데 대한 질책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본질적으로는 승자독식의 양자대결에서 비롯했다. 승자가 모든 권한을 독식해 폐쇄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패자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익숙해져 어느 누구도 대통령과 주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의 개혁을 명령한 것이다.

둘째, 정당정치의 본질이 걸린 문제다. 정당은 선거에서 정강ㆍ정책을 유권자들에게 평가 받고 국정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 받는다. 정당의 정체성을 소수 정치인이 마음대로 바꿔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이 ‘강한 야당’과 ‘보수 통합’을 명분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을 빼내려는 것은 보수 유권자들의 대선 표심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보수 유권자들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것은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지 국정농단을 초래한 ‘친박 패권주의’를 용서한 것은 결코 아니다. 보수의 개혁과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유승민 후보를 격려하고 보수정당 간의 건강한 경쟁을 바라고 있다.

셋째, 정계개편은 국민의당의 역사적 소명을 간과한 것이다. 작년 4.13총선에서 비록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20% 이상의 전국적 지지를 확보해 ‘새 정치,’ ‘미래와 통합’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국민은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으로서 한국정치를 개혁할 적임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줄곧 강조했듯, 한국정치의 병폐인 패권주의적 양당제구도를 바꾸기 위한 국민의당의 책임이 무겁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긴 호흡으로 새정치에 매진한다면 국민은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대선 표심의 세 가지 핵심은 ‘다당제’ ‘협치’ ‘통합’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순수해도 정부여당이 단독으로 권위주의 정권 이후의 오랜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득권 세력의 큰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원 숫자에 의존하는 정치는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다. 정당의 콘텐츠인 정체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겉모습의 몸집불리기에 급급한, 민심에 역행하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반드시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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