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벌채목 반드시 치우도록 법 개정
초동진화 효율성 향상 ‘진화 헬기센터’ 설립”
온라인선 “발화자 처벌 규정 강화해야” 주장
지난 6일부터 나흘간 강릉 성산면 어흘리과 관음리, 금산리, 홍제동과 삼척 도계읍 점리, 건의령 일대 산림 327㏊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주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잡은 듯 하면 날아가 불씨를 다시 붙이는 비화(飛火)현상이 반복돼 가옥 37채가 불에 타 87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 불은 2000년 4월7일부터 무려 9일간 강릉과 동해, 삼척, 고성일대 산림과 임야, 민가 2만3,138㏊를 쑥대밭으로 만든 동해안 4개 시군 초대형 산불과 산림 3,762㏊를 태운 1996년 4월 고성 죽왕면 마좌리 산불 등에 이어, 1996년 이후 다섯 번째로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이번 강릉, 삼척 산불은 재난 예방과 초기 대응 매뉴얼 개선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피해 주민들은 이번 산불이 번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최대 초속 20m 바람과 바짝 마른 벌채목, 가지였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울창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시행한 숲 가꾸기 사업 부산물이 되레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 “헬기로 물을 뿌리고 진화인력이 투입돼 가까스로 불길을 잡아도 쌓아 놓은 벌채목 속에 불씨가 남아있다가 거센 바람이 불면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실제 지난 7일 밤 불씨가 다시 살아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산림은 벌채목이 쌓여 있던 곳이다.
산간 벌채목에 따른 피해는 비단 산불에서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영동지역과 2006년 인제군 덕적리, 덕산리 수해 당시에도 산사태 등으로 떠내려온 벌채목이 교량과 축사 등을 덮쳐 피해를 키우는 일이 있었다. 자치단체는 물론 임업 관련 업종에서도 벌채목 등 처리 예산을 산림 복구비에 포함하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김철래 강릉 부시장은 "조림을 위해 시행한 벌채목은 반드시 치우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림청과 일각에선 “대형산불의 원인은 건조일수와 바람의 세기 등 기상조건이며, 숲 가꾸기 산물이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여 년 만에 영동지역을 휩쓴 산불 이후 효과적인 초동진화를 위한 헬기 지휘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헬기는 강원 영동지역 산불진화에 꼭 필요한 장비다. 최악의 경우에는 90% 이상을 헬기에 의존해야 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많아 인력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드론 등 무인장비는 강한 바람 탓에 띄워보지도 못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전국에 배치된 산불진화용 헬기는 모두 137대. 산림청 소속 45대를 비롯해 자치단체 임차헬기 60대, 소방헬기 8대, 군 헬기 24대 등이다. 그런데 대형 재난 시 제각각인 지휘체계를 일원화하지 않을 경우 ‘골든타임’인 30분 내 투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번 산불대응 과정에서 들어났다. 강릉시가 초동 대응 강화를 위해 정부에 ‘산불진화 헬기센터’ 설립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 등 정부는 이번 강릉, 삼척 대형산불 대응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분석해 신속한 산불 상황 전파와 진화자원 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산불 발화자 또는 실화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산림보호법을 보면 고의로 산불을 내면 7년 이하의 징역형, 과실일 경우엔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애써 가꾼 산림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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