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고도 2,000㎞에 800㎞ 날아가” 발표
정상 발사면 4,000~6,000㎞… 하와이 겨냥 ICBM
軍 “비행거리 700여㎞”, 美 “ICBM 궤적과 달라”
남쪽으로 쏠 경우 마하 20이상, 사드로 요격 곤란
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성능이 부쩍 향상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한발 더 다가섰다. 발표에 신중한 우리 군과 달리 일본은 이날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ICBM급 신형 미사일 가능성을 시사해 미사일 실체를 두고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은 이날 발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의 최대고도가 2,00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합참은 미사일 고도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비행거리가 700여㎞”라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최대고도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번처럼 정상 포물선 궤도가 아닌 발사각을 수직에 가까이 높여 쏘는 고각 발사의 경우, 사거리는 최대고도의 2, 3배에 달한다. 따라서 일본의 발표대로라면 사거리는 4,000~6,000㎞가 된다. 북한에서 3,000여㎞ 떨어진 괌을 넘어 6,000여㎞ 거리의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차원에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긴 했으나, 이 정도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의 분석 결과가 맞다면 그야말로 미국을 턱밑까지 위협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두 무게를 줄이거나 미사일의 추력을 좀더 높이면 머지 않아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7,700㎞)와 미 본토 서부지역(8,000여㎞)까지 닿을 수 있는 성능이다. 사거리 5,500㎞ 이상인 ICBM에 필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고각발사로 고도 1,413㎞까지 올라간 북한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 3,000㎞로 추정된다.
이번 미사일이 ICBM 급이라면 북한이 2015년 10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KN-14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KN-14는 이동식발사대에서 쏘는 ICBM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시험 발사한 적이 없다. 하지만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초기 분석결과를 토대로 “미사일의 비행궤적이 ICBM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일단 거리를 뒀다.
북한이 2월 발사해 최대고도 550㎞로 500여㎞를 날아간 북극성 2형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고체연료 방식이어서 북한이 올해 들어 주력으로 내세우는 미사일이다. 연료를 한번 주입하면 옮겨 다니면서 언제든 쏠 수 있어 포착이 어려운 게 장점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불과 3개월 사이에 고체연료 미사일의 사거리를 이처럼 대폭 늘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극성 2형의 최대고도는 1,000㎞, 사거리는 2,200~2,300㎞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발표가 맞다면 이번 미사일은 북극성 개량형이 아닌 장거리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남쪽으로 쐈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요격범위를 벗어난다. 미사일이 고도 2,000㎞까지 상승하면, 대기권 안으로 다시 내려올 때 속도는 마하 20을 넘는다. 반면 사드는 최대 마하 15까지만 요격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장소인 평안북도 구성에서 부산까지는 630㎞ 떨어져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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