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가능성 열어뒀지만
“정부, 대북 관여 여건 악화” 전망
대화 분위기 속도 조절 불가피
“北 미사일 궤적 ICBM과 불일치”
美 태평양 사령부, 선 그었지만
미국내 여론도 강경화 기조 우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인 14일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남북관계의 실타래가 더 꼬이게 됐다. 북한이 북핵 대화 국면을 조성할 의지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도 미사일 개발 의지를 분명히 함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화 중시 기조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과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전임 정부와 달라진 기조를 보여주긴 했으나,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대화 드라이브가 당분간 힘을 받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이르면 내달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도 약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대북 관여정책을 펼 여건이 열악해졌다”면서 “우리도 북한을 압박하는데 동조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파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향후 북핵 협상 국면에 대비한 기선 제압용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의 판을 완전히 걷어찬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도발은 중국이 주도한 일대일로 회의 개막과 동해상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 훈련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을 겨냥한 정치적인 무력 시위 성격이 짙다. 북한이 2009년 미국 오바마정부와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에 맞춰 2차,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판 자체를 흔들었던 전략적 도발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유형의 도발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 추세에 비춰 어느 정도 예견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북미간 비공식 1.5트랙(정부+민간) 대화를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 13일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미국과) 여건이 되면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향후 북핵 협상을 대비하는 북한의 의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미사일 성능을 과시함으로써 북핵 협상의 조건을 높이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계산과 달리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미사일 능력에 가까워질수록 미국 내 여론은 더욱 강경한 기조로 내달릴 수 밖에 없다. 미국 태평양 사령부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북미를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절제된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이 단발성 미사일 발사에 그친다면 대화의 계기를 다시 잡을 수 있지만 끝내 ICBM 완성의 야욕을 꺾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면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도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섣불리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언제든지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맞게 대북 기조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당기간 핵ㆍ미사일로 힘 자랑에 열을 올릴 북한의 도발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고 대북 정책을 짜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단 시간을 벌면서 어떻게 상황을 바꿔나갈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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