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현지 환경박람회 방문자 급증
‘포모사 사건’ 이후 단속ㆍ규정 강화
벡스코(BEXCO)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개최한 ‘국제 환경ㆍ에너지산업전(ENTECH)’ 관람객 수가 작년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난해 대만 포모사 제철소 폐수 방류 이후 크게 높아진 베트남 국민들의 환경의식 수준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벡스코는 14일 지난 11~13일 아시아생산성기구(APO)와 함께 호찌민시 사이공컨벤션센터(SECC)에 마련한 행사장에 모두 7,820명이 찾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노이 개최 당시 방문객 4,021명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이다. 수출계약 추진 실적도 3,7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실적(3,500만달러)을 갈아치웠다.
성황리에 행사가 종료된 배경에는 환경 문제에 비중을 두기 시작한 베트남 정부의 정책과 최근 급등한 환경문제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거론된다. 지난해 중부 해안에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고 관광객이 끊겼다. 정부 조사 결과 대만의 포모사 하띤철강의 폐수 방류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포모사에 5억달러(약 5,7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최근에는 1,000㎞ 이상 떨어진 남부 붕따우 앞바다에서도 죽은 물고기들이 떠오르는 등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노이, 호찌민 등 전국에서 시위가 일기도 했다. 베트남 내에서의 시위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포모사 사건은 베트남 내 반(反)대만 정서는 물론, 베트남 내 진출 외국 기업들에 대한 반발로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호찌민시 3군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베트남에 와서 돈 버는 데 혈안이 된 나머지 환경보호에는 소홀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서 높다”고 전했다.
지난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호아쎈 그룹의 제철공장 건설 계획을 잠정 중단시키고 관할 지방 정부에 환경영향 평가를 면밀하게 실시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총리가 직접 나서서 사업을 중단시킨 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게 현지 진출 기업인들의 이야기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벌금 기준을 정비하고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도 한 목소리로 달라진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중견 수처리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공장가동에 필요한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수처리 기술 수요가 많았다면, 올해는 그와 함께 식당, 병원 등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처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았다”고 말했다. 연 6% 이상의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은 산업시설에서 방류되는 폐수는 90% 가량 처리되고 있지만 도시 하수 처리 수준은 12%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코트라 호찌민무역관이 베트남 우수 바이어 288개사를 초청, 1대 1 수출 상담회를 주선했고,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기관, 기업 관계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과 베트남의 공동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갖기도 했다. 정건영 한-베 환경산업협력센터장은 “포모사 사건 이후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용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며 “환경 관련 기술 기업들의 전망은 밝지만,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환경문제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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