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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업그레이드 노무현

입력
2017.05.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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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사에 자주 댓글을 달았다. 청와대 국정브리핑을 보다가 좋은 글이 있으면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참모들도 모르게 자신의 견해를 올려놓곤 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한가하게‘댓글 놀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대통령의 댓글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세월호 기사에 위로 댓글을 달자 이번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노 전 대통령의 댓글 논란을 경험한 문 대통령은 혹시라도 파장이 일까 우려해 참모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 문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에서 노무현 정부의 모습이 연상된다. 격식을 갖추지 않는 소탈한 행보는 노 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와 맞닿아있다. 국정역사교과서 폐지와 5ㆍ18기념곡 제창 등 구시대의 적폐청산은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잘못된 과거를 청산했던 노무현 정부와 맥락이 같다. 정책실장 부활 등 청와대 직제는 참여정부 시절과 비슷하게 개편했고, 비서동인 ‘위민관’ 명칭도 노무현 당시의 ‘여민관’으로 바꿨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웠던 진보정권의 흔적을 되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이 ‘노무현 따라 하기’에 머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검찰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개혁의 시동을 건 것부터가 그렇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을 주도했다 검찰 반발에 밀렸던 뼈저린 경험의 당사자가 문재인이다. 시스템 자체를 뒤엎는 과감한 접근으로 조직적 반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노무현의 당정분리 방침이 종종 당청 갈등을 빚은 것을 거울삼아 대통령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정부”라고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 문재인 정부 성격을 놓고 ‘제3기 민주정부’‘노무현 2기 정부’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촛불시민혁명은 이를 넘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년의 적폐 청산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중도에 좌초한 지점을 뛰어넘으라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은 자신이 열어나갈 정부를 ‘시민의 정부’라고 내세웠다. 그가 이름 붙인 시민의 정부는 이제 현실이 됐다. 지지자들은 문재인이‘업그레이드된 노무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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