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의 간판 이상호(22ㆍ한국체대)는 솔직 담백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숨김없이 내뱉는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한 마디에 그의 주위는 언제나 웃음이 넘친다. 그리고 이런 솔직함 안에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과 뚜렷한 목표가 담겨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로 꼽히는 이상호는 평창 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당차게 “금메달”이라고 말한다. 올림픽 금메달은 인생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인생 목표는 건물주”라며 웃은 뒤 “선수로서 명예도 중요하지만 성적을 내면 그에 걸 맞는 대가와 관심을 받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호가 걷는 길은 언제나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였다. 올해 2월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키 스노보드 남자 회전과 대회전에서 스노보드 사상 첫 2관왕에 올랐다. 이 때도 이상호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군 면제”라며 솔직하게 말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시안게임의 상승세를 이어가 3월 터키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는 한국 스키 사상 처음으로 국제스키연맹(FIS) 주관 월드컵 대회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11일 스키인의 날 행사에서 월드컵 은메달 포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행사 후 ‘포상금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솔직히 최고죠”라고 답했다. 어떻게 포상금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동차를 사고 싶었는데 대회에 출전하고, 훈련하느라 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건물주가 되는 목표를 위해 아껴둘 생각”이라고 미소 지었다.
3월로 시즌을 마친 이상호는 4월 초까지 모교 사북고에서 교생 실습을 했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에서 처음 보드를 타 ‘배추밭 꼬마’로 알려진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이상호는 “생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알아보더라”면서 “실습 마지막에는 학생들과 족발, 피자, 치킨을 사서 파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호칭은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배추 선생님’이라고 했다면 그 학생은 감점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호는 지난 한 시즌을 “생각대로 이뤄진 한 해였지만 아쉬움도 남았다”며 “3월 마지막 독일 월드컵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했는데 8강에서 실수로 탈락하고 5위에 머물렀다”고 자평했다. 다가오는 올림픽 시즌의 목표로 금메달과 학교 졸업을 꼽은 그는 “실수를 줄여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면서 “여름 국내 훈련에 이어 8월 뉴질랜드로 가서 연습을 계속할 것 같은데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하고 싶다. 올림픽 전에는 최대한 (올림픽 대회 장소인) 코스를 경험해 홈 이점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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