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다가 본인이 직접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경찰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015년 1월부터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전담 업무를 맡게 된 임모(39)씨는 의욕에 넘쳤다. 같은 해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간부급 조직원 이모(36)씨를 소개 받은 뒤 이씨 범행을 축소해 주는 대가로 내부 정보를 넘겨 받았다. 임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모집 및 인출 담당 간부급 조직원을 구속시켜 큰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수사 도중 알게 된 보이스피싱의 세계는 임씨에게 달콤했다. 보이스피싱에 2,000만~3,000만원만 투자해 잘 되면 조직원들이 한 달에 최소 1억원씩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직접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2015년 3월 자신에게 정보를 넘겨 준 이씨를 찾아가 “보이스피싱 다시 할 거면 내가 투자자를 알아봐 주겠다”고 말한 뒤 자신이 알고 지내던 무허가 렌터카 업자에게 2,000만원 투자를 종용하고 그 수익금의 절반을 요구했다.
임씨는 점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한몸이 돼갔다. 같은 해 9월 이씨와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새로운 범행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팀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자신이 수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들에게 경찰의 수사 정보를 흘렸다. 그 대가로 임씨는 조직원들에게 술집 접대 비용과 자신이 이사할 집의 인테리어 공사 비용 1,300여 만원을 받아 챙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34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을 수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먼저 보이스피싱 범행을 제안했다”며 “과거 범행을 묵인하거나 수사 관련 편의를 봐주는 방법 등으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임씨와 함께 기소된 이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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