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문빠 아닌 사람들로 인선” 소통과 협치 신호탄
“노무현 전 대통령 삼시세끼 장관, 교수들과 밥상토론
휴일에도 참모들 긴급 번개 쳐서 ‘인권침해’ 하소연도
장관들 해당 부처 상임위 ‘마크맨’ 돼 발로 뛰어야
정무수석 여야 의원들 정서관리, 힐러(healer) 돼라”
참여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선에 대해 14일 “친문, 문빠 등 자기 사람들만 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준 산뜻한 인사”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정권이 순항하기 위해서 대통령에서부터 장관, 참모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소통의 양과 질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혼밥 하지 말라 ▦장관은 상임위 마크맨이 돼라 ▦정무수석은 여야 의원들의 힐러가 돼라 는 주문이 쏟아졌다.
유 전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정무수석을 맡아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다.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부터 집권에 이르기까지 물밑에서 지원하고, 때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정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_문재인 정부의 첫 인선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른바 친문으로 분류되고, 문빠로 알려졌던 사람들은 밀려난 것 아니냐.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공히 친문 계파하고는 관계가 없던 인물이고, 누구하고도 소통을 잘하고,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잘한 인사다.”
_소통과 협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나.
“대통령이 참모들이랑 불러서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게 어떻게 뉴스가 될 수 있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도 숨어서 살다 보니 신선해 보이는 것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아마 단 한끼도 혼자 밥을 먹은 적이 없을 거다.”
_노무현 전 대통령의 식사정치는 어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주요 현안과 관련된 장관, 교수들을 관저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며 ‘밥상토론’을 벌였다. 선약이 없는 날이면 청와대 수석들을 불시에 ‘호출’했다. 특별한 현안이 없는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으면 갑자기 ‘밥 먹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우리 내외랑, 당시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부부가 번개 회동 단골 멤버였는데, 거의 인권침해 수준으로 불렀다.(웃음)”
_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배경에는 ‘혼밥’이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근무 시절 번개 회동과 공식 회의석상 외에는 따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사람들과 막 어울리려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당시 민정수석이란 업무 성격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자리가 달라지지 않았나. 노 대통령 밑에서 보고 배운 게 있는 만큼 (문 대통령도) 소통의 자리로 식사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
_여소야대 국회에서 대의회 소통도 중요하지 않나.
“개혁 법안을 관철시키는 것은 청와대나 정무수석에 맡겨서 안 되고, 해당 부처 장관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부처 장관들은 장관실에만 앉아 있지 말고 각 상임위의 ‘마크맨’ 심정으로 뛰어야 한다. 하다 못해 부처 장관들은 지역 예산과 민원을 챙겨줄 수 있는 무기가 있지 않냐. 시쳇말로 상임위 의원들을 구워 삶아야 한다.”
_문 대통령도 책임장관제를 공언했다.
“청와대에 부처 담당 수석실을 없애고 어젠다 중심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직업공무원 출신들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장관에게 인사권한을 주는 게 자율적 부처 운영의 핵심이다.”
_새로 임명된 정무수석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대통령의 말을 국회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게 정무수석의 할 일이다. 의원들의 정서까지 관리해 주는 힐러(healer)가 돼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 참모들이 소통 총력전에 나서야만 촛불 민심의 에너지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지혜롭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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