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 레이싱하다 추돌 사고
자동차 동호회 2명 불구속 입건
작년 처벌 받고도 “쾌감 못 잊어”
대낮에 시속 200㎞에 달하는 속도로 자유로 일대를 폭주한 ‘직장인 레이서’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자동차 동호회원으로 직장인인 손모(34)씨와 김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7일 오후 3시쯤 경기 파주시 자유로에서 과속으로 속칭 ‘칼치기(추월을 위해 지그재그로 차선 옮겨 다니는 수법)’ 주행을 하다 추돌사고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와 이씨는 국산 준대형차로 자유로 낙하IC(규정속도 90㎞)에서부터 레이싱을 시작, 180~200㎞의 과속질주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이들의 질주는 13㎞나 이어졌고, 파주시 송촌대교 부근에서 손씨 차량이 피해자 한모(47)씨의 4.5톤 화물차와 추돌하면서 끝이 났다. 사고로 손씨와 한씨 차량은 모두 완전 파손됐고, 한씨는 늑골이 골절돼 한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손씨는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만을 입었다.
손씨는 경찰에서 “쾌감을 잊지 못해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손씨는 지난해 2월 경기 의정부시 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서 ‘나홀로 레이싱’을 벌이다 엔진과열로 차량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손씨는 레이싱 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일반 사고로 속여 사고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혐의(사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레이싱 전문가들은 “자살행위이자, 살인미수 행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데뷔 8년차 카레이서 권봄이(30)씨는 “국산 스포츠카로 인천 송도 일대를 주행하는 레이싱 대회 때도 직선거리 최대 시속은 200㎞ 안팎”이라며 “경기장도 아닌, 일반 도로에서 비슷한 속도를 낸다는 건 타인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