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여고생을 상대로 자신의 욕정을 채운 경찰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2014년 9월 수원 중부서 순경으로 재직하던 박모(38)씨가 흑심을 품은 건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이모(16)양을 알게 되면서다. 박씨는 조사 중 이 양의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15세까지는 아동보호기관에 위탁되는 등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뒤늦게 함께 살게 된 아버지는 손찌검을 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용돈이 필요해진 이양이 아버지에게 부탁하는 대신 ‘조건 만남’에 나서게 됐다는 것도 알게 됐다.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있던 이양은 박씨에게 ‘먹이감’이었다. 조사 중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냈다. 그는 2014년 11월 “요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문자를 보내 이양을 불러낸 뒤 “아직도 성매매를 하느냐. 아저씨에게도 돈 주면 해줄 수 있냐”고 물으며 거부하는 이양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에도 사건 담당 경찰관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의 사후 관리를 하는 것처럼 이양을 불러낸 뒤 “돈을 주겠다”며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박씨의 인면수심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관계 도중 몰래 이양의 몸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박씨는 앞서 성매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양이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성매수 남성의 협박을 받아 자살을 시도했던 일도 알고 있었다.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박씨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16세에 불과해 피고인과 나이 차이가 20세에 달한다”며 “사귀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를 오로지 성적인 대상으로 여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박씨에게 징역 3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내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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