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한국인 주심
“결승 배정 못 받아도 한국 잘해야 행복”
“어린 선수들 쉽게 흥분해 긴장”“비디오판독 신경 쓰면 기량 못 펴”
“월드컵의 주인공은 심판이 아닌 선수들이잖아요. 꼭 4강 이상 가길 바랍니다.”
U-20 월드컵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주심으로 활동할 김종혁(34) 심판이 활짝 웃었다.
‘별들의 잔치’에 초대받은 건 태극전사들만이 아니다. 한국인 심판 3명도 그라운드를 누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달 발표한 22개 조 ‘심판 트리오’(주심1ㆍ부심2)에 한국인 그룹도 포함됐다. 김종혁 주심과 윤광렬(41), 김영하(41) 부심이다. FI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같은 국적의 심판 3명을 한 조로 묶어 투입하고 있다.
김 주심은 한국 축구의 ‘간판 포청천’으로 통한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2015년 뉴질랜드 U-20 월드컵 때도 주심으로 활약했다. 작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이다.
심판 배정과 자국대표팀 성적은 ‘묘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
심판들도 조별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토너먼트에 더 많이 배정된다. 결승 심판이 해당 대회의 최고 실력자라 보면 된다. 하지만 심판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국대표팀 성적이 좋으면 주요 경기에 들어갈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이 4강에 오르면 아시아 심판들은 4강부터 아예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 주심은 본보 통화에서 “우리가 배정 못 받는 건 상관없다. 선수들이 안방에서 맹활약해 꼭 4강 넘어 결승까지 가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U-20 월드컵은 성인 대회보다 돌발 상황이 잦다. 김 주심은 “어린 선수들이라 쉽게 흥분해서 별 것 아닌 걸로 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작년 말 클럽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시행된다. 심판들은 지난 달 이탈리아에서 집중 교육을 받았다. FIFA에서 파견 나온 비디오 판독 강사가 강조한 건 “VAR이 없다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김 주심은 “VAR에 신경 쓰면 전체 경기를 망칠 수 있으니 ‘진짜 중요한 판정에서 의심이 들 때만 VAR을 떠올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김 주심의 최종 목표도 ‘꿈의 무대’ 성인 월드컵이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ㆍ일월드컵 김영주 심판 이후 월드컵 주심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내년 러시아 월드컵을 노려볼 수 있는 김 주심은 “한국에서 하는 대회라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더 집중하겠다. 최선을 다해 월드컵도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