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예산 13억 편성
카네이션ㆍ행복밥상 등
모든 교사에 격려ㆍ위로 나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전국적으로 스승의 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잘못 선물했다가는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전국 각 교육청은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기 보다는 일선 학교별로 조용한 스승의 날을 지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사정이 다르다. 대구에서는 ‘스승의 날’인 15일 초중고마다 카네이션 전달과 다양한 메뉴의 식사, 전시회, 체육한마당 등 행사가 유례없이 봇물을 이룬다. 대구시교육청이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잡음을 없애기 위해 아예 학생과 학부모 대신 예산을 편성, 전 학교 교사에 대한 격려와 위로에 나선 것이다.
14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스승의 날 초중고 카네이션 구입비 등 어울림 행사비 6억2,286만원과 사제지간 행복밥상 지원비 7억3,470만원 등 예산 13억5,700여 만원을 편성, 집행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스승의 날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부정청탁의 논란에 휘말려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산으로 행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초중고에 예산을 내려 보내 카네이션이나 카네이션 제작 재료 등을 구입, 스승의 날 학생들이 교사에게 직접 달아주도록 했다.
학생 1인당 2,000원씩 지원된 행복밥상의 경우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메뉴를 선정, 사제간 기존 급식보다 한 단계 푸짐한 점심식사를 즐기게 된다. 대곡초는 소갈비찜, 동중은 바비큐 폭립, 경화여고는 한우곰탕, 지묘초는 조각케익, 욱수초는 모듬과일 등 다양한 특식을 마련했다.
대구 신기중 학생들도 이날 미리 제작한 동영상을 교사들에게 동시 전송하고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달아준다. 또 학생들이 디자인한 인성티셔츠를 입고 운동회를 한 후 바비큐 폭립으로 점심을 즐긴다. 점심 메뉴도 학생 다수결에 따라 결정됐다.
카네이션과 특식이 준비된 성광중도 이달 말까지 학교 중앙현관에서 팝아트로 그린 ‘스승의 은혜전’을 열고 있다. 2학년 학생들이 미술 수업 중 팝아트 기법을 응용해 직접 그린 선생님 초상화를 전시, 품평회 소리로 학교가 들썩이고 있다.
광주 동명고에서는 교사들이 학생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고, 부산 컴퓨터과학고는 학교운영비 20만~30만원 가량으로 카네이션을 구입해 교사들에게 달아주는 등 일부 학교에서 자체적인 예산을 마련해 조촐한 행사를 벌이는 사례는 있지만 스승의 날 행사 예산을 별도 편성한 시도교육청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도 교사에게 달아줄 수 없고, 학생 대표의 카네이션도 허용되기는 했지만 학생 모금형태로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스승의 날 취지를 살리면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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