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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며

입력
2017.05.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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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대통령인 만큼 그 출범의 의미와 모습이 남다르다. 대통령이 비서진과 함께 격의 없이 커피를 들고 대화하면서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이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 대통령이 총리후보자 등에 대한 인선의 내용과 배경을 직접 설명하는 모습 등이 새롭다. 이러한 새로운 모습들은 비록 그것이 연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전의 정부들에 비해서 지금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한 단계 더 성숙되고 세련된 정부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지금의 정부가 임기 동안 당면할 과제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은 외관상의 세련됨 그 이상이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일본 아베 총리에게 지난 정부에서 이루어진 위안부합의가 새 정부에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취임 후 첫 외부행사인 인천공항공사 방문에서는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서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였다. 검사 출신이 아닌 민정수석의 임명을 통해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취임 직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앞에서 본 외관상의 세련됨에 더해져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 행보들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가 간의 합의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번복하거나 재협상을 시도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신인도 하락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오랜 기간 위안부 문제로 인해 전면적인 교착상태에 있는 한일 간의 외교적 협력관계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으로만 고용이 일어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조업 부문을 넘어서서 서비스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그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면서도 적정한 검찰권의 행사를 담보할 수 있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내용은 어떤 것인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 혹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그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역대 정부에서 마찬가지로 노력을 했지만 해결하는 데 실패했던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북핵 문제의 해결, 사회적 복지 수준의 제고 등과 같이 대통령이 아직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지 않은 다른 공약사항들의 이행 과정에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한 과제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새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상문제 등 복잡하게 얽힌 한미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고 해서, 혹은 그렇게 선출된 대통령이 세련된 약속을 한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일수록 추상적인 구호나 장미 빛 약속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실용주의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국제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결론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국력과 외교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분배의 대상이 되는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건전한 경제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심모원려(深謀遠慮), 그리고 협상의 덕목이 절실히 필요하다.

진심으로 새 정부와 대통령이 이러한 국가적 과제의 해결에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5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41.1%만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체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한민국도 이제 그런 대통령 한 명쯤은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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