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의 경우 ‘1시 1분’을 이야기할 때 ‘1’을 고유어로 ‘하나’라고 하니까 ‘하나 시 하나 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1’을 한자어로 ‘일’이라고 하니까 ‘일 시 일 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하는데, ‘한 시 일 분’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의 ‘시(時)’를 말할 때는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고 고유어를 사용하는데, 이 때 고유어 수사가 아닌 고유어 관형사를 붙여 말한다. 즉 숫자 ‘1, 2, 3, 4’를 고유어 수사로는 ‘하나, 둘, 셋, 넷’이라고 하지만 고유어 관형사로는 ‘한, 두, 세, 네’라고 해서 ‘1시, 2시, 3시, 4시’를 ‘한 시, 두 시, 세 시, 네 시’라고 말한다. 한편 ‘5시, 6시, 7시, 8시, 9시, 10시’의 경우 고유어 수사와 관형사의 형태가 동일한데, 고유어 관형사를 사용해 ‘다섯 시, 여섯 시, 일곱 시, 여덟 시, 아홉 시, 열 시’라고 말한다.
한편 시간의 ‘분(分)’을 말할 때는 고유어가 아닌 한자어 관형사를 사용해 ‘1분’을 ‘일 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차례를 나타내는 접미사 ‘째’ 앞에는 어떤 말을 붙여야 할까? 과거에는 ‘두째, 세째, 네째’와 ‘둘째, 셋째, 넷째’ 등의 표기를 구분해 전자는 ‘차례’, 후자는 ‘수량’을 나타냈었는데,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둘째, 셋째, 넷째’ 등으로 표기를 통일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나타내게 했다. 다만 ‘열두째’와 ‘열둘째’는 예외적으로 그 구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열두째’는 ‘순서가 열두 번째가 되는 차례’를 의미하는 수사 혹은 관형사로 쓰이고 ‘열둘째’는 맨 앞에서부터 세어 모두 열두 개째가 됨을 이르는 명사로 쓰인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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