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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10년만의 복귀작 막장 논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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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 "10년만의 복귀작 막장 논란 아쉬웠다"

입력
2017.05.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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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은 “남편 장동건도 드라마 보며 응원과 조언을 꼭 해줬다”며 “하지만 점점 내 캐릭터가 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소영은 “남편 장동건도 드라마 보며 응원과 조언을 꼭 해줬다”며 “하지만 점점 내 캐릭터가 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를 왜 하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호호.” 짧은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난 배우 고소영(45)이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기색이 감돌았다. 그는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 결혼한 이후 가정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연예계 복귀가 늦어졌다. 10년 만에 대중에게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 그로서는 복귀작에 신중할 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숙고 끝에 출연을 결심한 작품이 KBS드라마 ‘완벽한 아내’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고소영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제 인생에서 이 드라마가 마지막 작품도 아닌데,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다음 작품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드라마가 끝나니 시원섭섭해요.”

아쉬운 마음이 더 커 보였다. ‘완벽한 아내’는 지난 2월 첫 방송 이후 단 한 번도 시청률 10%를 넘어본 적이 없었다. 뒤로 갈수록 ‘막장’ 코드가 펼쳐지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비난도 들었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고소영은 “힘을 잃었다”고 했다. 매번 시청률을 확인하고는 “에고, 어떡해……”라며 걱정을 했단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새로운 장르였고, 경쟁작인 SBS ‘피고인’ 등의 내용이 너무 강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장점이었던 복합 장르가 어려운 드라마로 변했고, (제가 연기한)심재복 캐릭터도 빛을 잃어갔어요. 아쉽더라고요.”

‘완벽한 아내’는 남편의 외도로 삶의 변화를 겪는 아줌마 심재복(고소영)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갑작스런 미스터리 사건이 벌어지면 재복이 이를 풀어가는 내용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심재복은 사라지고 중반부터 투입된 이은희(조여정)의 활약상이 더 두드러졌다.

재복의 남편 구정희(윤상현)에게 접근하는 스토커에서 정신이상자로까지 변모하는 은희 가 ‘완벽한 아내’의 중심이 됐다. 살인을 교사하고 납치, 감금 등을 일삼는, 조여정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막장’ 바람을 타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청률은 제자리였고, 극단적인 내용은 혹평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막장의 틀 안에 갇혀 빛을 내지 못했다. 초심을 잃은 드라마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배우 윤상현과 고소영은 최근 종영한 KBS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KBS 제공
배우 윤상현과 고소영은 최근 종영한 KBS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KBS 제공

고소영은 속상했다. 비록 결혼한 여배우들이 이른바 ‘줌마렐라’(아주머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 드라마에 복귀하는 게 필수라고 할지언정 달라 보이고 싶었다. “일단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이잖아요. 예전에도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을 많이 해봐서 기대도 됐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이혼한 아줌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변화한 여성상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도 끌어내고 싶었죠. 하지만 캐릭터의 뒷심이 빠지면서 많이 안타깝게 됐죠.”

고소영은 10년 만의 컴백이 “사실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젊고 눈길 끄는 배우들이 많아진 연예계에서 고소영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2000)를 떠올렸다. 두 번의 이혼을 거쳐 아이를 혼자 키우는 브로코비치가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완벽한 아내’의 심재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고소영도 자신의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벗고 평범한 아줌마로 대중이 봐주길 바랐다.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블링블링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내는 건 배제했어요. 성숙한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죠.”

고소영은 심재복이 되기 위해 특유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위기를 거둬냈다. 립스틱이나 블러셔 등을 이용한 색조화장을 하지 않았고, 바쁘게 직장생활 하는 엄마를 표현하기 위해 액세서리도 마다 했다. 촬영 직전 가장 먼저 준비를 끝내고 기다린 배우가 그였다. “5분이면 메이크업과 의상 준비가 끝났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촬영 스태프들이 “누나는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을 안 준다”고 할 정도였다.

남편 장동건도 재복이 엄마와 아내, 여자로서 복잡한 심리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장동건은 “새로운 이미지가 잘 그러진 듯하다” “재복이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등의 조언을 곧잘 해줬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같이 TV 앞에 앉지 않았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고소영은 “나중에는 남편도 화면을 보면서 한숨을 쉬더라”며 “조언도 쉽게 못했다”고 털어놨다.

고소영은 KBS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남편의 외도로 삶의 변화를 겪는 여자 심재복을 연기했다. KBS 제공
고소영은 KBS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남편의 외도로 삶의 변화를 겪는 여자 심재복을 연기했다. KBS 제공

그래도 고소영에게 위안은 있다. 재복을 연기하면서 연기 변신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을 돌보며 모성애를 드러내거나, 남편의 외도로 극도의 심리 불안 상태도 보이며, 친구들과 소녀처럼 속을 터놓기도 했다. 남편의 불륜녀와 몸싸움도 벌이는 등 다이내믹한 심리 변화를 연기했다. 그는 “연기하는 ‘맛’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연하남 강봉구(성준)와의 뜬금없는 로맨스나 남편의 잘못을 모두 용서하고 덮으려는 재복의 답답한 ‘고구마’캐릭터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생활밀착형 연기’로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점에 “다행스럽다”고 했다.

“팬들이 ‘재복이 언니’ ‘재복이 룩’ 하면서 극중 재복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너무 좋더군요. 예전에는 팬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제가 입었던 의상들이 잘 팔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좋더라고요.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제가 의상을 언제 반납할 건지도 묻더라고요. 입던 옷까지 판매해야 한다고 하니 은근히 기분 좋았죠.”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로 나름대로 얻은 소득이 있다. 늙지 않는 완벽한 외모와 연기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다. 그는 “두 가지 평가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배우 생활 오래하면서 여배우로서 나이가 들거나 살이 찌면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쨌든 여배우는 항상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남자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주름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몸매나 체력 관리 등에는 소홀하지 않아요.”

고소영은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 “3개월 동안 몸짱 프로젝트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슈퍼모델들처럼 탄탄하면서도 균형잡인 몸매를 만들고 싶단다. 고소영은 평소 테니스 수영 승마 등 가리지 않고 운동하는 ‘스포츠 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트레칭과 발레로 아름다운 몸매에 도전하려고 한다. “아들이 피아노를 배우는데 저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선생님께 5곡 정도는 완벽하게 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어요. 복귀하고 나니까 뭐든 배우고 싶은 열정이 생기네요.”

고소영은 “예전 20대처럼 젊게 살고 싶지만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다”며 “여배우로서 자기관리에 소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소영은 “예전 20대처럼 젊게 살고 싶지만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다”며 “여배우로서 자기관리에 소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소영은 “빨리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겠다. 오래 쉴 생각 없다”고 약속을 겸한 다짐을 했다. 영화와 드라마 등 시나리오가 몇 개 들어왔고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여성이 주체적인 작품에 먼저 눈이 가요.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을 그린 작품이 하고 싶어요. 특히 유럽영화 ‘캐롤’이나 ‘블루 재스민’ ‘몽 루아’ 등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여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지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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