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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앞둔 돌고래들 “18년만의 활어 사냥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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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앞둔 돌고래들 “18년만의 활어 사냥 신나”

입력
2017.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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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금등이ㆍ대포

훈련 순조로워… 이달 중 제주앞바다로

홀로 남겨진 큰돌고래 태지는 고향 못 가

“수족관 말고 더 나은 서식환경 만들어줘야”

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박창희 사육사가 생태설명회를 마친 태지를 쓰다듬고 있다.
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박창희 사육사가 생태설명회를 마친 태지를 쓰다듬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해양관 생태설명회장 뒤 수조에서 남방큰돌고래인 금등이와 대포의 활어 먹이 훈련이 진행됐다. 사육사들이 전날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 주문한 500g짜리 고등어 10마리를 2마리씩 차례로 던지자 돌고래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금등이는 고등어를 재빠르게 먹었지만 대포는 물고 다니며 장난을 쳤다. 금등이가 8마리를 먹었고 대포는 2마리를 가져갔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두 마리 돌고래와 함께 해 온 박창희 사육사는 액션카메라로 두 마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며 활어 잡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금등이와 대포는 1997~98년 제주 앞바다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17, 18년을 수족관에서 갇혀 지내왔지만 활어를 사냥해서 먹는데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훈련에 소요된 시간은 약 7분. 두 마리의 돌고래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이달 중 제주 앞바다로 내려가 가두리 양식장에서 적응 훈련을 거친 뒤 7월 고향으로 돌아간다. 박 사육사는 “살아있는 생선을 먹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두 마리 모두 야생 본능이 살아 있어서 당연하게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 대포가 고등어를 물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을 박창희 사육사, 박상미 사육사가 카메라에 담으며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대포가 고등어를 물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을 박창희 사육사, 박상미 사육사가 카메라에 담으며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의 방류는 지난달 22일 전격 발표됐다. 돌고래 방류는 세 번째다. 서울대공원과 제돌이 야생방류 시민위원회는 2013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를 방류했고 2015년에는 태산이, 복순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되면 더 이상 서울대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없다. 금등이와 대포, 큰돌고래 태지 세 마리가 등장하는 생태설명회도 7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박 사육사는 “금등이와 대포가 잘 살기를 바란다”며 “이제 서울대공원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돌고래 생태설명회에서 관람객들이 돌고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금등, 대포의 방류 결정에 따라 7일을 끝으로 돌고래 생태설명회를 중단했다.
지난 4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돌고래 생태설명회에서 관람객들이 돌고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금등, 대포의 방류 결정에 따라 7일을 끝으로 돌고래 생태설명회를 중단했다.

금등이와 대포의 방류 문제를 놓고 두 가지 우려가 있었다. 금등이와 대포의 추정 나이는 23~26세로, 그 동안 방류된 돌고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또 가장 오래 수족관에서 살았다. 그만큼 야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박 사육사는 “두 마리 모두 워낙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아 수조 안에 던져진 광어, 도다리, 오징어 등 먹이를 잘 먹는다”며 “야생 적응에 무리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방류 결정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금등과 대포를 방류하면 서울대공원에 큰돌고래 태지만 홀로 남는다. 앞으로 태지의 거취 문제도 서울대공원과 동물단체들의 고민이다.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 큰돌고래 태지가 서울대공원 해양관 수조에서 유영하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를 위해 제주도로 이동하면 태지 홀로 남게 된다.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 큰돌고래 태지가 서울대공원 해양관 수조에서 유영하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를 위해 제주도로 이동하면 태지 홀로 남게 된다.

태지는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큰돌고래여서 생태 환경이 달라 제주 앞바다에 방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매년 돌고래 사냥이 벌어지는 다이지로 돌려 보낼 수도 없다. 서울대공원은 돌고래가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하면 태지를 혼자 놔둘 수도 없어 울산 고래연구소에 보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태지를 방류할 수 없다고 해서 울산 고래연구소의 좁은 수족관에 다시 가두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범고래 공연과 번식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프랑스 정부도 최근 돌고래·범고래의 수족관 내 번식과 추가 도입을 금지하는 등 고래류 전시를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그동안 사람을 위해 쇼를 해온 태지를 서식지로 돌려보내지 못하더라도 더 나은 서식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큰돌고래 태지가 박창희 사육사 곁에 다가와 장난을 치고 있다. 태지는 세 마리 가운데서도 유독 사람을 따랐다.
큰돌고래 태지가 박창희 사육사 곁에 다가와 장난을 치고 있다. 태지는 세 마리 가운데서도 유독 사람을 따랐다.

태지 뿐 아니라 국내 8개 시설에 남는 큰돌고래, 벨루가 등 38마리의 돌고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과 동물단체들은 수족관 전체를 종합 점검해 폐쇄해야 할 곳의 돌고래들을 바다쉼터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올해 고래바다쉼터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쉼터건립은 비용문제나 어업권 조정 등의 문제가 있어 쉽지만은 않다. 이 의원은 “방류하지 못하더라도 남은 돌고래들이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 금등이와 대포 훈련 모습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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