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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적폐(積弊), 청산의 대상은 무엇인가?

입력
2017.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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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진행된 조기대선은 뜨거운 관심 속에 큰 문제없이 치러졌다. 앞으로도 다양한 차원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겠지만, 새 시대와 변화를 염원하는 민심의 열망이 기존 권력체계의 유지에 대한 요구를 현격히 뛰어넘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물론 그 방향과 내용은 후보들이나 후보들이 소속된 정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존 질서나 대상에 대한 검토와 반성, 나아가 부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현실에 대하여 충분히 만족하고, 또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이 예상된다면 변화에 대한 요구는 나타나지 않는다. 변화와 관련하여 이번 대선 과정에서 수없이 언급된 말이 적폐(積弊)이다. 그 의미가 추상적이며 광범위하기에 평소에는 잘 쓰여지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의 생각 속에서 변화를 위한 유동적 키워드가 되어 작용할 수 있었다.

적폐는 ‘오랜 기간 동안 쌓여 온 폐단’을 총칭하는 말이다. 어떤 사회이든 제도 속에서 사회가 운영되기에 그 과정에서 다소의 모순과 관성적 적용으로 인한 폐해는 존재할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사회마다 다를 것이다. 지속적인 성찰과 검토를 통해 새로운 처방을 만들어가는 사회도 있을 것이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켜켜이 쌓여가는 폐해에 끌려가는 사회도 있다. 효과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적폐의 해소는 변화를 위한 시작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변화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빅데이터로 세상읽기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적폐에 대한 논의는 얼마나, 그리고 무엇을 대상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의 뉴스 기사에서 나타난 적폐에 대한 언급량과 특히 적폐관련 논의가 집중되었던 시기를 중심으로 무엇을 개선이 시급한 적폐로 보고 있었는지 파악해보았다.

적폐 관련 논의, 세월호 참사와 19대 대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

2008년 1월부터 최근까지 지난 10년간 ‘적폐’를 키워드로 하여 뉴스 기사에 나타난 언급량을 파악해 보았다. 가장 두드러지게 적폐에 대한 언급량이 증가한 시기는 크게 두 차례로 나타났다. 첫 번째 시기는 2014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시기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적폐 척결을 언급하였고, 이를 기점으로 적폐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졌다.

두 번째 시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 이후이다. 국정 농단에 대한 근원적 원인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제기된 적폐 논의는 이후 대선 과정에서 그 내용과 대상에 대하여 보다 치열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사회의 청산해야 할 적폐는 무엇이고, 또 청산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적폐세력은 누구인지를 두고 후보자 공개 토론 및 선거 유세 과정에서 뜨거운 공방이 이루어졌다.

적폐 청산, 사회 구조적 변화와 미래의 가치를 위하여

이번에는 위의 두 시기에서 구체적으로 적폐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는 무엇인지 파악해 보았다. 이를 통해 해당 시기에서 말하고 있는 적폐의 내용과 대상에 대해 살펴 볼 수 있었다. 2014년의 경우, 적폐를 언급한 ‘대통령’과 그 계기가 되었던 ‘세월호’ ‘참사’가 우선 두드러진다. 이와 함께 세월호 관련 인ㆍ허가 및 감독 과정에 개입되어 있던 ‘관피아’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전관예우’, ‘관행’ 등이 나타났다. ‘사람’과 ‘인사’의 영역에 적폐와 관련하여 중점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적폐의 해소 및 척결을 위해 ‘시스템’에 의한 ‘국가개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이후 최순실 사태에서도 나타나듯이 결국 이러한 적폐가 박근혜 정부의 불행한 결론에 직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7년에는 특정한 하나의 사안에 집중되기 보다는 지나온 시간과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과 함께 사회의 전반적인 혁신과 개혁의 필요성이 주로 제기되었다. 대선 ‘후보’,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제1공약이 ‘적폐 청산’이었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간의 토론 속에서 누구를 ‘적폐 세력’으로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뜨겁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사회’ ‘통합’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논의, 정치권에서의 ‘협치’의 필요성도 적폐에 대한 연관어로 함께 추출되었다. 다시 말해, 과거와의 효과적인 단절도 필요하지만, 사회 통합을 포함하여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의 모색 필요성 또한 아울러 나타난 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가 곧바로 시작되었다. ‘적폐 청산’을 포함하여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수많은 공약들 중 어디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적폐의 청산은 당위로 존재한다. 다만 무엇을 그리고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적폐 해소는 공약의 효과적인 실현과도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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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뉴스기사 자료 중 언급량과 관련해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연관어 분석을 위한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빅카인즈 서비스 데이터의 경우, 2008년 1월 ~ 2017년 5월까지를 대상으로 하였고, 버즈워드 데이터는 2014년 4월 ~9월, 2016년 12월 ~ 2017년 4월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추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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