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현 영남대 교수 “음악과 문화에도 ‘벤처’가 필요합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현 영남대 교수 “음악과 문화에도 ‘벤처’가 필요합니다!”

입력
2017.05.12 21:41
0 0
이현 영남대 성악과 교수.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클래식 무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현 영남대 성악과 교수.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클래식 무대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 무대에 서면 넌 더 이상 오페라 계에 발을 못 붙일 거야.”

1998년 ‘오페라의 유령’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오페라에 가장 가까운 뮤지컬로, 성악적 역량이 없이 유령 역을 소화하기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오페라단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젊은 성악가에게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여기에 출연하고 싶었지만 선배로부터 “절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20여 년이 흘렀다. 당시 뮤지컬 출연이 좌절되었던 젊은 성악가는 30여 편에 오페라에 출연하는 등 성악가로서 절정의 경력을 쌓았고 한국 최초로 일본 클래식 공연 기획사인 재팬 아츠에 소속돼 클래식 한류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대구 영남대학교 성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현(54) 영남대학교 성악과 교수의 이야기다.

현재 대학에서 제자들을 키우면서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무대를 펼쳐왔다. 민요나 판소리와 오페라를 같은 무대에 올려보기도 하고, 동서양 악기를 과감하게 섞기도 했다. 재즈와 팝, 대중가요, 토크에 요리도 주요한 레퍼토리다. 언필칭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이자 ‘벤처 예술가’다.

“그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강합니다. 무대에서 요리를 하고, 토크쇼를 겸한 클래식 공연을 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등 모두 호기심 때문이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애창곡에 김광석의 ‘거리에서’도 있다. 성악가라고 해서 가요를 못 부르게 하는 건 ‘오버’라고 생각한다. “클래식이 음악의 바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변화한 시대에 부응하는 것도 예술가의 의무라고 믿는다고 했다.

“오페라는 1598년 피렌체에서 최초의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독일과 영국, 프랑스로 전파돼 다양한 형태의 오페라가 발전했습니다. 영국 오페라는 셰익스피어의 영향으로 가면극이 발달했고, 프랑스에서는 발레를 첨가한 그랜드오페라가, 독일에서는 대사가 들어가는 장쉬빌이라는 형태가 발달했습니다. 그 나라의 정서에 맞게 발달한 거죠. 게다가 1607년에는 이미 대중들이 오페라를 즐기기 시작했구요. 우리는 1948년 ‘라 트라비아’가 들어오면서 오페라의 시작되었는데, 한국적 오페라는 물론이고 대중화도 요원합니다. 창작 오페라마 많이 나왔지만, 서양의 오페라를 답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린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한국 사람이 작곡한 ‘한국 오페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보다 큰 변혁이 있어야 오페라를 우리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보다 적극적인 변화와 시도, 형식과 전통을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오페라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는 이현 교수.
오페라 공연에서 열연하고 있는 이현 교수.

정통을 고집하는 사람들과는 이견이 있겠지만, 오페라를 향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국제오페라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목소리 톤이 올라갈 정도다. 이 교수는 “국제오페라페스티벌은 아시아에서 대구가 유일하다”면서 “페스티벌이 자리를 잡으면 대구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일본을 비롯해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까지 아우르는 오페라 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통과 퓨전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도와 열정은 개인적 열정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스승으로서의 위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별한 형식에 대응이 호응하면 바로 후배와 제자들에게 물려줍니다. 공대 교수가 본인이 연구한 성과를 제자들을 통해 산업화하고 스타 CEO를 배출하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그는 심지어 무대 조명이나 음향 파트에 뛰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조명과 음향을 맡으면 공연의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엔 백안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계 안팎에서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교수는 “탁월하진 않았지만 진정성이 통한 결과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좌절된 뮤지컬 무대 진출 기회는 제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일본에 진출해 활동하면서 쌓은 인맥과 정보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극단인 ‘사계’에 제자들을 적극 진출시켰다. 제자들 중에는 ‘사계’에서 주연을 꿰찬 홍본영도 있다. 홍본영은 한국을 거쳐 중국에서도 주연 배우로 활약하면서 한중일 삼국 무대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본영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무대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중국 푸단대학 상하이시각예술학원에서 중국인 제자를 가르치면서 뮤지컬 한류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성악과에서 뮤지컬계로 진출하는 걸 곱잖게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선생님이 든든하게 지지해 주셔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서 “늘 마음 깊이 존경하는 스승”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도 변함없이 더욱 다양한 시도로 관객을 찾아가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할 마당을 열어준 것이다. ‘대구의 아침 콘서트’ 연출을 맡았다. 지난 3월에 시작했고 5월, 7월, 9월, 11월에 클래식 마니아에서 대중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무대에 올린다. 정통 오페라에서 토크 콘서트, 몽골 악기와 국악기의 협연까지 흥미를 유발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클래식 혹은 문화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고 뜨겁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식과 무대로 음악을 향유하는 층이 두터워지면 스승으로서 또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이 오셔서 마음껏 즐겨주십시오. 지겨운 공연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하!”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