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관계 화약고 우려” 백지화
개정안에 추천 취지는 남겨
향후 논란 재발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집권여당이 되자마자 추진하던 장관직 추천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설치를 일단 백지화했다. 당 인사추천위원회가 대통령 인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당청 관계의 화약고로 부상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추미애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당이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원칙은 당헌에 남기기로 해, 추천권의 범위 등을 놓고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에서 ‘장관 후보를 추천하는 별도의 당내 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과 ‘검증을 거친다’는 문구를 빼기로 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당무위 후 브리핑에서 “검증을 당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질을) 고려해 추천한다’는 정도로 수정을 했다”며 “인사추천 대상이나 기구에 대한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3월 당무위에서 당이 국무위원 및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사를 검증을 거쳐 추천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관련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추미애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이기도 했다. 추 대표 측은 인사추천위 추진 배경에 대해 “비선 라인으로 암암리에 논의됐던 인사추천을 음지에서 양지로 공식화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대선 후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 이뤄지던 밀실ㆍ보은 인사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인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추 대표 간 사전교감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사추천위가 당과 청와대 간 인사추천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의 상징으로 떠오르자 일단 당이 한 발 물러났다. 특히 이날 당무위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인선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자칫 당이 지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사추천위가 공식 기구화 될 경우 인선에 있어 비밀유지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당헌 개정안에 당이 인사를 추천한다는 취지는 그대로 남겨둬 논란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추 대표는 ‘민주당 정부’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당의 이름으로 청와대에 일종의 추천인 리스트를 넘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민주당이 인사추천 범위에 장관뿐 아니라 공기업과 산하기관장까지 포함시키면서 일종의 ‘낙하산 인사’를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윤 대변인은 이 같은 지적에 “당이 정부와 함께 인사 관련 의견을 낸다는 취지로 장관이나 공기업 수장 등 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사추천 대상이나 기관 등에 대한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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