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가 예능프로그램에 이어서 이제는 드라마에까지 편법적으로 중간광고를 배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군주: 가면의 주인’과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회당 70분짜리 드라마를 절반씩 쪼개서 방영했다. 지상파의 중간광고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전반부와 후반부의 회차를 달리하는 꼼수를 썼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1분 가량 광고가 삽입됐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중에 ‘잠시 후 다음 회가 방영된다’는 자막이 고지되고 불쑥 광고가 흘러나오자 시청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군주’와 ‘수상한 파트너’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난데없는 중간광고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견이 12일 현재 수십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중간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중간광고와는 다른 ‘프리미엄CM’이라는 설명이다.
MBC 관계자는 “각각 독립적으로 완결된 드라마를 2회 연속 방영하는 것”이라며 “시청 기기가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긴 호흡보다 짧은 호흡의 콘텐츠에 익숙해진 시청 패턴을 고려한 편성”이라고 밝혔다. 편성 방식의 변화를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편성표를 통해 고지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 시청자들도 미국드라마나 일본드라마처럼 30~40분짜리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편성 방식에 거부감이 낮을 거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시청자 게시판을 도배한 성토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현실 인식이다.
SBS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SBS 관계자는 “각 회차가 각각 독립된 드라마로 구성돼 있으며 한 회가 종료된 후에 광고가 집행되기 때문에 중간광고와는 차별화된다”며 “다변화한 편성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꼼수로 인해 ‘군주’와 ‘수상한 파트너’는 엄연히 ‘미니시리즈’임에도 무려 40부작이나 된다. ‘군주’ 후속작인 ‘죽어야 사는 남자’도 이 같은 편성을 적용해 6주간 24부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방송사들은 앞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쪼개기 편성을 시도했다. MBC는 ‘라디오스타’를 1, 2부로 나누고 그 사이에 광고를 끼워넣더니 차츰 ‘나 혼자 산다’와 ‘복면가왕’ 등 다른 인기프로그램들로 대상을 넓혔다. SBS도 ‘미운 우리 새끼’와 ‘런닝맨’ ‘백종원의 3대 천왕’ 등에서 쪼개기 편성을 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건 수익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지상파의 평일 미니시리즈 앞뒤로 붙는 광고의 단가는 15초 1회 기준으로 1,350만원이다. 방영 직전이나 방영 직후처럼 주목도가 높은 특정 자리에 들어가는 광고는 기본 단가보다 올라간다. 중간광고나 다름없는 프리미엄CM은 한층 비쌀 수밖에 없다. 코바코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대로 2~3배까지는 아니어도 단가가 크게 올라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쪼개기 편성은 또 다른 문제점도 낳고 있다. ‘군주’의 경우 다시보기 VOD도 각각 판매하고 있는데, 35분 분량의 일일드라마 판매가에 맞춰 1,1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처럼 전체 드라마를 다 보려면 2회를 구매해야 한다. 편당 2,200원인 셈이다. 70분 분량 드라마의 회당 가격 1,650원보다 비싸다. VOD 판매에서도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SBS는 2회를 묶어 기존 미니시리즈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에서는 아직까지 중간광고와 관련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MBC와 SBS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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