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식적 업무는 본관에서
일상적 업무는 비서동에서”
참모들과 수시 대면 가능해져
역대 대통령 불통 원인 해소
명칭도 탈권위 상징 ‘여민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차인 12일 참모진이 근무하는 ‘비서동’으로 들어가 업무를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이 본관과 관저만 오가며 불통이 커졌던 비판을 감안해, 참모들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대통령께서 아주 공식적인 업무, 큰 행사 업무는 본관에서 보지만 일상적 업무는 비서동이 위치한 위민관 3층에서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어 “대통령께서 그동안 국민들과 소통하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말씀을 자주 했다”면서 “참모들과도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기를 바라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이전 정부부터 본관과 관저, 위민관 등 3곳에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일상 업무를 비서동 3곳 중 하나인 위민1관 3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하게 된다. 본관 2층 집무실은 외교사절 접견이나 내ㆍ외빈 초청 만찬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관저의 집무실은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의 사무실이 위치한 위민1관에서 업무를 보게 되면서 참모진과의 물리적인 거리는 대폭 줄었다.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유일한 집무실이기 때문에 참모들이 대통령의 위치를 항상 파악할 수 있고, 수시 대면과 일상적인 보고도 가능해졌다.
과거 일제 총독이 머물렀던 관저로 사용된 청와대는 폐쇄적인 구조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불통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대통령이 주로 머무는 본관 2층 집무실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위민관과 500m거리에 위치해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보니 참모진마저 접근이 쉽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본관은 물론 비서동과 동떨어진 관저에 머물러 일반 직원은 물론이고 최 측근 참모와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주로 생활한 관저와 본관과의 거리는 걸어서 10분이다. 위민관과의 거리는 걸어서 20분, 차량으로도 5분이 걸릴 만큼 동선이 길다. 청와대의 폐쇄적인 3각 구조와 비효율적인 동선은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이 위치한 위민관의 명칭도 바꾸기로 했다. 참여정부 때 비서동으로 새로 지은 위민관은 당시 국민과 함께 한다는 뜻의 ‘여민관(與民館)’으로 불렸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뜻의 ‘위민관(爲民館)’으로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보다는 당시 여민관 집무실을 자주 이용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로 본관 집무실을 이용하고 위민관 집무실은 가끔 방문해서 보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위민관 내 집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윤 수석은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말이 국민을 ‘위한다’는 말보다 수평적인 뜻이기 때문에 탈권위와 소통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신과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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