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프랑스영화업계와 넷플릭스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프랑스극장협회와 프랑스영화위원회가 ‘옥자’의 프랑스 상영을 반대하면서도 영화제 수상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미국 연예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프랑스영화위원회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감독 노아 바움백)의 프랑스 극장에서의 제한 상영을 위한 비자발급을 거절했다. 두 영화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투자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칸영화제 상영작 발표가 있은 뒤 파리 기반의 한 배급회사를 통해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에 대한 임시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비자를 발급 받으면 프랑스에서 최대 1주일 동안 두 영화의 6회 가량 상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랑스영화위원회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면서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프랑스 상영이 불가능해졌고, 칸영화제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영화업계는 극장과 온라인 동시상영이라는 넷플릭스의 사업전략이 기존 영화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주장해 왔다. 프랑스극장협회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프랑스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투자한)‘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경쟁부문 진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상영 3년 이후에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률에 근거했을 때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경쟁부문 진출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프랑스극장협회의 성명 발표 뒤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경쟁부문 초청이 취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칸영화제 사무국은 지난 10일 두 영화의 초청 철회 소문을 부인하면서도 “프랑스와 세계 영화의 전통적인 영화 상영 방식을 향한 지지를 반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경쟁부문에 출품하고자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며, 이 새로운 규칙은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두 영화가 이번 칸영화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내 영화계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프랑스 영화계가 대놓고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면서 칸영화제측도 곤란한 입장에 놓인 듯하다”며 “이렇게 되면 경쟁 부문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제적 위상이 높은 칸영화제의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영화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넷플릭스 투자 영화들이 여러 영화제에서 홀대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함께 자라던 거대한 동물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안서현 등이 출연한다.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는 벤 스틸러와 아담 샌들러, 에마 톰슨, 더스틴 호프만 등이 출연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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