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축 공격수 김기성(32)-김상욱(29ㆍ이상 안양 한라) 형제는 올해 좋은 일만 가득하다. 2016~17 아시아리그에서 소속팀의 2회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동생 김상욱은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형 김기성이 2014~15시즌 MVP를 수상한 데 이어 동생까지 받으면서 MVP 형제가 탄생했다. 형제 선수가 유독 많은 아이스하키지만 형과 동생이 나란히 리그 MVP에 뽑힌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1924년부터 정규리그 MVP(하트 메모리얼 트로피)를 시상하고 있는데, 친형제가 나란히 수상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로 2위를 차지하며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톱디비전) 승격이라는 기적도 일궈냈다. 그리고 12일에는 형 김기성이 결혼을 하는 등 집안 경사도 있었다.
10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기성-김상욱 형제는 결혼 인사를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인터뷰도 서로 엇갈려 할 만큼 바빴다. 김기성은 “세계선수권 후 주위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며 “평소에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오더라”고 말했다. 김상욱은 “좋은 결과를 얻고 와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쉴 수 있어 좋긴 한데 형과 나눠서 결혼 인사를 다니느라 바쁘다”고 웃었다.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즐겼던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때 같이 스틱을 잡은 형제는 홍익초-경성중-경성고-연세대-안양 한라-국군체육부대에 이르기까지 똑 같은 코스를 밟아왔다.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을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1라인에서 호흡을 맞추며 2013년 이후 대표팀 공격 포인트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로 텔레파시가 통하는지 생각했던 방향으로 퍽을 보내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할 만큼 호흡이 잘 맞고, 실제 헝가리와 3차전에서는 승리의 발판을 놓는 동점 골을 합작하기도 했다.
형제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눈부신 성장을 몸소 느끼고 있다. 대표팀은 2014년 7월 백지선(50) 감독 부임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2015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3부리그) 우승, 2016년 디비전 1 그룹 A 5위(잔류), 2016 유로챌린지 우승,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은메달, 2017 디비전 1 그룹 A 2위(승격)라는 결과를 냈다.
형제는 아이스하키의 성장 비결로 ‘달라진 환경’을 꼽았다. 김기성은 “환경 차이”라며 “라커룸을 깔끔하게 정비된 분위기로 바꾸고, 감독님이나 박용수 코치님, 비디오 분석관 등 예전에 없던 능력 있는 분들이 계속 들어오니까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설명했다. 김상욱도 “전에는 지원도 부족했고, 장비를 직접 챙기느라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지쳤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세분화 된 대표팀의 ‘시스템 북’이 있어 편안하게 하키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형제의 시선은 2018년을 향해 있다. 꿈의 무대인 평창 동계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이 이들을 기다린다. 김상욱은 “과정을 잘 밟아나가고 있고, 올림픽부터 꾸준히 잘 해야 국내 아이스하키 저변도 넓어질 수 있다”며 “우리도 이제 박지성(축구), 박찬호(야구)처럼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기성은 “평창 올림픽까지 무한 경쟁이라고 들었다”며 “해외 진출을 향한 비전은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생과 아이스하키를 함께 해오는 동안 중간중간 부상으로 힘든 길도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상욱은 14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에 소집돼 체력 훈련을 하고, 김기성은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다녀온 뒤 21일 합류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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