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공짜로 먹으려고 하나.’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지만 난민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인정을 거부당한 발루치스탄(파키스탄 남서부) 출신 미르 바라츠 무하마드자이(11)군 기사(본보 8일자 11면 ▶관련기사보기)의 포털 사이트 댓글을 보며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희(난민) 아니라도 도와줄 사람 많으니 돌아가라’는 등 미르 가족을 비난하고, 비하하는 글이 가득했고, 그 중에는 차마 옮기지 못할 욕설도 여럿 있었다.
난민은 인종이나 종교, 정치적 견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거나 혹은 목숨이 위태로워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다. 죽지 않으려고,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려고 고향을 버려야 했던 사람들. 미르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무하마드자이(49)씨도 발루치스탄독립운동(BNM)을 하다 파키스탄 정부군에게 고문을 받고 쫓기다 한국에 겨우 정착을 해야 했다.
그러나 댓글에는 난민에 대한 이해와 안타까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감수성이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얘기는 네티즌들에게야 자판 몇 개로 쉽게 내뱉을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목숨을 내놓아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잔인한 말이다. 장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특수교육이 절실하지만 등하교를 도와줄 이가 없어 2년 동안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미르의 처지도 관심 밖인 듯 했다.
199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2만4,911명이다.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고작 683명이다. 심사결정을 마친 1만4,706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난민인정률은 4.64% 정도. 22명 중에 고작 1명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전 세계 난민인정률 37%(2015년 기준)에 비하면 인색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네티즌들의 댓글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갑다.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2012년)한 국가적 위상이나 품격에는 걸맞지 않은 인색함이다. ‘세금이 아깝다’고 열을 올려야 할 대상은 난민들이 아니라 천문학적 돈을 쓰고도 국민들에게 아무런 편익도 제공하지 않는 정부정책 같은 것이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보며 인권감수성도 한 단계 도약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신은별 사회부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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