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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나온 오리가족, 출산휴가 잉어떼… 서울 한복판에 DMZ가 있네

입력
2017.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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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63빌딩~국회의사당 뒤편

4.6㎞구간 6개 테마파크 새 단장

‘녹색 갈증’ 해소에 최적의 코스

벤치∙매점은 물론 가로등도 없어

사람 간섭 최소화, 자연 그대로

여름∙겨울 다양한 철새 찾아와

도시와 자연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동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도시와 자연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동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보석벌레를 만져보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되게 느낌이 좋았다. 다음에도 또 오면 좋겠다.”(서울 삼일초 2학년 학생)

“그 동안 자연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여의도중 1학년 학생)

국내 최초 생태공원으로 1997년 9월 조성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여의도 63빌딩에서 국회의사당 뒤 일대를 아우르는 이곳은 대도시에서는 쉽사리 보기 어려운 동식물이 터를 잡고 있는 이른바 ‘도심 속 비무장지대(DMZ)’다. 콘크리트 빌딩숲 사이에서 ‘녹색 갈증’에 시달리던 도시민들의 쉼터는 물론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일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 체험학습을 온 여의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우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배순희 숲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봄나물인 냉이 냄새도 맡아보고, 찔레나무 새순을 잘라 맛도 봤다. “푹신푹신하다”며 낙엽 더미 위에서 방방 뛰는 어린이들 표정에는 신이 나 있었다. “우와, 저기 오리도 있어요.”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배출되는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여의못에는 오리 가족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물밑으로는 잉어 떼가 가득했다. 4월 하순부터 여의못은 잉어산란장이 된다. 김유선 숲해설가는 “산란기인 잉어가 알을 낳으러 한강에서 거슬러 올라와 이 맘 때면 굉장히 많다”며 “운이 좋으면 잉어가 물 밖으로 점프해 뛰어오르는 것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보기 힘든 가마우지 무리도 허공을 갈랐다. 따사로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물길 따라 숲길 따라 걸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인근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해 조성한 계류폭포와 연못에 살고 있는 오리를 구경하고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인근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해 조성한 계류폭포와 연못에 살고 있는 오리를 구경하고 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자연생태 그대로 옮겨놓은 생태체험장

샛강은 과거 모래섬이었던 여의도 사이를 흐르던 한강의 지류였다. 이 일대는 땅이 낮고 축축한 저습지로 오랫동안 방치돼왔다. 1992년 열린 리우회담이 계기였다. 당시 국내서도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공해 방지를 위한 소극적 차원의 도시 정책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는 도시 속 녹지 필요성도 대두되면서 우리나라 첫 하천 생태공원이 이곳에 만들어졌다.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이 닿은 보통 공원과는 많이 다르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해 자연 스스로 생태계 질서를 구축하도록 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의 첫 인상은 공원이 아니라 실제 숲길이나 생태식물원에 온 듯하다. 그 흔한 벤치와 매점, 가로등도 없다. 자연 품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동식물을 위한 작은 배려다. 헝클어진 수풀과 갈대습지는 바람에 쓸려 넘어진 그대로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관계자는 “생태공원은 쉽게 말해 자연이 주인공인 곳”이라며 “취사를 하거나 돗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농약을 치거나 겨울철 눈이 많이 왔다고 염화칼슘을 뿌리지도 않는다. 드라마 촬영이나 행사 등도 이곳에선 일체 금지다. 덕분에 여름에는 청둥오리와 왜가리가, 겨울에는 흰족지, 쇠오리, 논병아리 등 철새가 찾아온다. 갈대, 물억새, 참새귀리 등 식물 224종과 족제비, 너구리 등 포유류, 참개구리 같은 양서파충류 등의 서식지다.

서울의 맨해튼, 여의도 빌딩숲 사이에 샛강을 따라 조성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전경.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서울의 맨해튼, 여의도 빌딩숲 사이에 샛강을 따라 조성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전경.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물길 따라 숲길 따라 걸어보자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2010년 수변 생태공간을 재정비해 총 4.6㎞ 구간에 걸쳐 6개 테마로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샛강 상류 부분은 여의경관구역으로 잔디마당과 파크골프장, 산책로로 구성돼있다. 여의교에서 서울교까지 1.2㎞는 ‘생태체험학습구역’으로 생태학습장답게 생태수로와 버드나무숲이 잘 조성돼 있다. 이 구간은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숲길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여의하류 일대인 ‘둔치탐방탐방구역’은 언덕 형태로 만들어져 한강과 밤섬의 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와 자연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서울 한복판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걷기 코스이기도 하다. 24시간 개방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아침, 저녁으로 인근 거주 주민들의 산책로가 되고 있다. 한강 물줄기를 닮아 굽이진 모양의 샛강문화다리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공원의 모습도 장관이다. 이 다리가 신길동과 여의도를 이어주면서 신길동 주민들도 이젠 편하게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산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걷기 마니아들은 옛 공군본부 자리에 조성된 노량진근린공원까지 묶어 걷는 것도 추천한다. 밤에는 여의도한강공원부터 여의도샛강생태공원까지 약 8㎞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좋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을 비롯해 서울에는 강서습지, 고덕수변, 암사, 난지습지생태공원 등 5개의 생태공원이 있다. 생태공원마다 특성에 맞춤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도시민에게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생태공원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위락 기능뿐 아니라 기온 조절 효과, 대기 오염 정화, 동식물의 서식공간 제공 등 도시 생태학적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공원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채취한 식물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서 채취한 식물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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