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진보적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같은 날 김수남 검찰총장은 임기를 7개월여 남겨 두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김 총장 사의 표명 직후 “새 정부가 바람직한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 과제의 하나로 삼은 검찰 개혁 작업이 가속화될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통상 민정수석에 법조계 인사를 기용했던 관례에 비춰 조 수석의 발탁은 파격적이다.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법조에 몸을 담지 않아 기수 문화로부터 자유롭고 시민단체에서 사법감시 역할을 해 전문성도 갖췄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조 수석도 이를 감안한 듯 기자들에게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했는지 국민적인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다 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의 시기까지 밝혔다.
문제는 검찰 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권마다 검찰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언제나 용두사미에 그쳤다. 권력의 필요에 의해서, 검찰 내부의 조직적 저항에 의해 개혁안은 매번 무산됐다. 문 대통령도 2011년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에 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개혁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정교하고 탄탄한 실행 방안에 달려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대통령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공약은 구체성이 결여돼 우려를 낳는다. 검찰의 공수처 설치 반발 논리인 공수처 견제와 통제 수단에 대한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이런 우려와 불안을 덜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거쳐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핵심인 정치적 중립 견지에는 무엇보다 권력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해답은 인사 독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은 청와대가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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