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튿날인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출근길은 전날과 다름없이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청와대 관저 준비 문제로 취임 첫날 사저로 퇴근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와 출근길에 나섰다. 대통령이 탄 경호차량은 몇 미터 이동하지 않고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은 단지 입구 쪽에 모여든 인파에 다가가 “불편하시죠”라며 인사를 건넸다. 대통령의 출근 모습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던 이웃 주민들을 배려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10여명의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함께 인증샷을 찍자는 요구에 차례로 응하며 기념 사진을 남겼다. 사전 예고 없이 문 대통령이 주민들에게 다가갔지만 경호원들의 제지는 없었다. 소통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엄격한 통제보다는 주위를 경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주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을 한 후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 중에 다가오는 시민들을 제지하기보다 적극적인 ‘스킨십’을 했고 경호원들이 과도한 경호를 하지 않았다. 차량이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차량 창문을 열고, 천천히 움직이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광화문 근처에서는 대통령이 차량 선루프를 통해 상반신을 내밀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차량이 천천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청와대는 사택 근처의 과도한 취재경쟁을 막기 위해 언론사에 대통령의 출퇴근길 촬영을 자제해 줄 것을 미리 요청하기도 했다. 언론사의 협조로 이날 출근길에는 취임 첫날과 달리 취재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관저가 수리되는 동안 불가피하게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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