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규정이 본지와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용인=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박세리 키즈'는 1세대와 2세대로 나뉜다. 박인비(KB금융), 이보미(노부타그룹), 김하늘(하이트진로)이 주축을 이룬 1988년생이 1세대, 김효주(롯데), 고진영(하이트진로), 백규정(CJ오쇼핑), 김민선(CJ오쇼핑)이 포진한 1995년생이 2세대로 불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 대회 장소인 경기도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에는 2세대 4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퍼팅 그린에서 연습을 끝낸 백규정과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2014년 KLPGA 투어에 입문한 백규정은 그 해 3승과 함께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인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그는 이듬해 미국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결국 국내로 유턴했다. 'LPGA'라는 단어를 꺼내자 그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다고 그런 점들이 개선 될 것 같진 않더라. 장거리 이동, 음식, 언어 등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준비 기간이 짧았다. 나만의 확실한 중심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없었다.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결국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복귀 후 첫 대회였던 지난 달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 대해 "대회 전엔 긴장이 많이 됐었는데 막상 코스에 나가선 편하게 공을 쳤다"고 떠올렸다. 그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는 국내 투어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이날 퍼팅 그린에서도 김민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을 묻자 "올 해 출전 대회, 낚시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민선이가 최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에 다녀온 얘기도 해줬다. 못 본 2년 사이에 민선이의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다. 침착해지는 등 멘탈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체격 조건(175cm)이 워낙 좋고 힘도 있어서 비거리는 여전히 많이 나가더라"고 했다. 백규정은 김민선보다 자신 있는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섬세한 샷은 내가 더 나은 것 같다. 민선이는 와일드하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장점이지만, 난 어프로치 등 섬세한 샷을 상대적으로 잘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백규정은 7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 백민규(19)에겐 야구를 권했다. 백규정의 남동생인 백민규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뛰고 있다. 백규정은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 한창 '박세리 붐'이 일었다"며 "김효주, 김시우 등 또래들이 다 그때 골프를 시작했다. 이미향(24ㆍKB금융), 장수연(23ㆍ롯데) 언니도 다 그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사실 난 시골에서 골프를 배웠다. '구미 촌사람'이다"고 미소를 지은 백규정은 "당시 경북이나 대구에선 유소년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골프 프로그램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지)한솔(21ㆍ호반건설)이나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 언니, 배상문(31), 김대현(29ㆍ이상 캘러웨이) 오빠 등도 다 비슷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안다. 싸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게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 백규정이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수원컨트리클럽 필드를 처음 밟은 백규정은 "그린 경사가 심하고 코스 전장도 짧지 않더라"며 "바람도 변수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회 목표를 두고는 "톱5"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백규정은 올 시즌 출전한 3개 대회(컷탈락-9위-컷탈락)에서 크게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차츰 나아질 것이라며 목표를 높게 설정했다고 했다.
국내 복귀 첫 해 목표를 묻자 "'전 주보다 나은 이번 주를 보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승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우승 찬스가 왔을 때 컨트롤을 잘하느냐 차이인데 그런 찬스를 꾸준히 만들다 보면 결국 나만의 중심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백규정은 인터뷰 말미에 LPGA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미국 가서 배운 게 많다. 골프 외에 다른 부분도 프로페셔널 해야 되더라. 팬 분들을 대하는 자세, 컨디션 관리 등 선수로서 전반적인 자질들이 다 미숙했는데 가서 많이 배웠다"며 "꿈이었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창 젊은 나이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한국에 있을 땐 나이가 들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미국 가서 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라. 30대 중후반이 돼도 실력이 늘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게 골프구나' 했다"고 언급했다.
백규정은 "차근차근 발전해 LPGA로 다시 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며 과거처럼 서두르지 않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용인=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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