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대통령’ 빌라 앞 출근길
전용 방탄 차량에서 내려 인사
주민들은 “이런 대통령 원했죠”
“정말 대통령 나오시는 거예요?”
1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한 빌라 입구에 서있던 주민 김정녀(63)씨는 들뜬 얼굴로 문 대통령의 출근길을 기다렸다. 문 대통령 자택 바로 아래 빌라에 산다는 그는 “당선 직후 청와대 관저로 갈 거라 생각해 아쉬웠는데, 자택에 며칠 더 머문다는 소식에 가족 모두 아침부터 출근을 지켜보기 위해 나와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측이 청와대 관저 보수 등을 이유로 당선 후 며칠 더 자택에 머문다는 얘기에 이웃 주민들 모두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9시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빌라 입구를 나서자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웃집 대통령’의 두 번째 출근을 축하했고, 문 대통령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방탄차량’에서 내려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의전을 위한 경호 및 교통통제를 의식한 듯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물은 뒤 일일이 악수를 하고 ‘셀카’ 요청에도 응했다. 약 3분 동안 주민들과 호흡한 문 대통령의 모습에 주민들은 “진짜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치켜세웠다.
한 주민은 “옷과 차만 바뀌었지,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원했다”고 했다. 홍은2동 32통장 송순례(63)씨는 “평소에도 동네 주민과 다름 없이 생활했던 분”이라며 “지난 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거주자 확인을 하러 방문했을 때, 김정숙 여사가 선뜻 거실로 안내해 30분 넘게 얘기를 나눌 정도로 격의 없었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선 문 대통령의 퇴근 모습을 보기 위한 시민 행렬도 이어졌다. 경기 성남시에서 1시간 넘는 시간을 들여 이곳에 왔다는 함기엽(27)씨는 “(문 대통령)퇴근길에 함께 기념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을까 해 이곳에 왔다”며 “대통령의 퇴근이 늦더라도 기다려 볼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둘 늘어나는 ‘외지인’들을 경계할 법도 했지만, 주민들은 되레 반기는 모습이었다. 배웅상(60)씨는 “마을버스 종점인데,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니 대통령 인기가 실감된다”며 “삼성동처럼 되진 않을 거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청와대는 대통령 자택 근처의 과도한 취재경쟁을 막기 위해 언론사에 대통령의 출퇴근길 촬영을 자제해 줄 것을 미리 요청하기도 했다. 언론사의 협조로 이날 출근길에는 취임 첫날과 달리 취재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관저가 수리되는 동안 불가피하게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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