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와 KIA 마운드를 책임졌던 ‘왕년의 에이스’들이 명예회복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롯데 송승준(37)은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부활 조짐을 보였다. 2016년 10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팬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2015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40억원에 도장을 찍고 난 뒤 내리막을 탔기 때문에 마음이 더 불편했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불펜에서 시작한 송승준은 7차례 나가 평균자책점 6.75로 여전히 주춤했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2009년 3경기 연속 완봉승, 2010년 데뷔 후 최다인 14승을 올렸던 에이스의 명성은 완전히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왔다. 선발 김원중이 체력이 떨어져 난조를 보이자 조원우 롯데 감독은 송승준에게 대체 선발 임무를 맡겼다. 송승준은 지난달 25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2016년 4월9일 부산 삼성전 이후 381일 만에 거둔 선발 승이다.
이어 지난 2일 kt를 상대로는 8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 2승째를 챙겼고, 10일 한화를 다시 상대해 5⅔이닝 1실점으로 3승을 따냈다. 계속된 호투로 평균자책점은 3.16까지 내려갔다. 선발 등판한 경기의 평균자책점은 19⅓이닝을 던져 2점만 내줘 0.93이다. 최고 시속 148㎞까지 나오는 빠른 공이 되살아나자 주무기 포크볼의 위력도 배가됐다. 조원우 감독은 “요즘 구위가 좋다”며 “고참으로 아주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KIA 김진우(34)도 ‘미운 오리’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김진우는 10일 kt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김진우의 퀄리티 스타트는 2015년 6월13일 삼성전 이후 무려 687일 만이다.
2002년 KIA 입단 당시 계약금만 7억원을 받았던 특급 기대주 김진우는 데뷔 해부터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둬, 또 한 명의 대형 투수 탄생을 예고했지만 잦은 부상과 자기관리 소홀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됐다. 올 시즌에는 시범경기 등판을 앞두고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전열에서 빠졌다. 이에 김기태 KIA 감독은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공개적으로 김진우를 질책하기도 했다.
복귀 후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올해 첫 등판인 지난달 29일 NC전에서 4⅓이닝 5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고, 다음 등판인 4일 넥센전 역시 3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마땅한 5선발 자원이 없어 김진우에게 기회는 계속 주어졌고, 마침내 세 번째 등판에서 기대에 부응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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