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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전 113기’ 김성용 “갑질에 환멸, 골프채 놓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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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전 113기’ 김성용 “갑질에 환멸, 골프채 놓고 싶었지만…”

입력
2017.05.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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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이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에 있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사옥에서 본보와 만나 첫 우승 소회를 밝히고 있다. 류효진기자
김성용이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에 있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사옥에서 본보와 만나 첫 우승 소회를 밝히고 있다. 류효진기자

축하 전화만 400여 통을 받았지만 담담했다. 2002년 프로골퍼가 된 지 15년, 투어 113번째 대회 출전 만에 받아 든 첫 승이라는 성적표보다 상금 1억원으로 당장 숨통이 트였다는 기쁨이 그에겐 더 현실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에 있는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사옥에서 본보와 만난 김성용(41)은 골프 선수를 ‘개인 사업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지만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다”고 지난 세월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2017 유진그룹 올포유 전남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 중학교 때 유도 선수로 활약하던 김성용은 고교 3학년이 돼서야 골프채를 잡았다. 티칭 프로였던 아버지 김양삼씨의 권유였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24세가 돼서야 본격적인 골프 선수의 길에 들어섰고 26세인 2002년에 KPGA에 입회했다. KPGA 정회원이 된 것은 2005년이고 정규 투어에 뛰어든 것은 31세인 2007년이었다. 김성용은 “라운드도 못 나가고 스승도 없었다. 연습장을 전전하며 볼 팔고 볼 주워 연명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세미프로가 되고서도 20대 중반까지 근 4년간 그런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레슨 프로 생활을 하며 훗날을 도모하던 그에게 금전적인 어려움보다 더한 좌절은 운동 선수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졌을 때였다. 그는 “(KPGA 데뷔 후) 첫 3년 동안 골프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김성용은 “연습장에 걸려 있는 레슨 프로들의 사진만 보고 나를 콕 찍어서 거액을 제시하며 가르쳐보라는 고객이 있었다. 돈에 팔려가는 기분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성용프로. 류효진기자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성용프로. 류효진기자

이를 계기로 김성용이 찾은 답은 벼랑 끝에 자신을 내모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선배, 지인들을 만나 얻은 결론은 한 우물만 파는 거였다. 레슨을 잘 하는 것과 골프를 잘 치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그렇다면 우승밖에 없는 거였다. 당장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 그 때부터 우승만 생각하고 투어 생활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에 한번 나가려면 150~2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차를 팔아서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성용은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그에게 아내와 아버지는 각별한 존재다. 김성용은 9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프로 데뷔 직후였다. 유치원 교사였던 아내는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성적이 부진한 남편이 기죽지 않게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그런 아내가 2014년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골반 뼈가 으스러졌지만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다. 김성용은 "아내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는데 다행히 꾸준한 재활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는 아들이 골프 입문 후 뚜렷한 목표를 찾지 못하는 것 같자 “함께 프로 테스트에 응시하자”고 제안했고, 먼저 자격증을 획득했다. 아버지의 노력이 자극이 됐다.

김성용은 지난해 5월 허리를 다쳐 두 차례 디스크 수술까지 받으며 마지막 기로에 섰지만 다시 일어섰다. 만 40세가 넘어 기어이 첫 우승을 일궈낸 그는 "골프는 시간, 사람, 돈 세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시간도 많이 보냈고, 금전적 여유도 없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좋은 사람을 많이 얻어 지금까지 버틴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성실함과 끈기만 있다면 골프는 결국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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