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에 담긴 의미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50대가 주류… 세대 교체 의지
탈권위적 성향에 소통 능력 갖춰
문재인 대통령이 꾸리는 청와대가 86세대(80년대학번ㆍ60년대생)의 전면 배치로 세대 교체와 사회 개혁의 전진 기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0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내각은 화합과 통합에 무게를 둔 반면, 청와대는 ‘젊은 역동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가 86세대 친위 그룹으로만 채워질 경우 야당과의 협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에 임종석(51) 전 의원을 임명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의 면모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참여정부 시절을 제외하면 역대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로 60대였고, 전임 박근혜정부 때는 70대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해 청와대 참모진을 50대의 86세대 중심으로 꾸려 전면적인 세대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 86세대인 조국(52) 서울대 법대 교수가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데 이어 윤건영(53) 문재인선거캠프 상황실 부실장이 국정상황실장, 윤영찬(53) 전 네이버 부사장이 뉴미디어수석, 송인배(49)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이 제1부속실장 등에 배치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 그리고 군림하지 않는 그런 청와대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세대 교체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같은 86세대의 전진 배치는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을 이끈 주역들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추 세력이 됐다는 함의도 갖고 있다. 10여년 전인 참여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이나 비서관 등을 맡으며 일선에 나섰던 86세대 정치인들이 마침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급에 올라 정부의 운명을 좌우하는 키를 잡게 된 셈이다.
대중 설득ㆍ협치ㆍ소통 확대 기대
운동권 출신 계파 패권화 우려
관료사회ㆍ야당과 충돌 가능성도
이들이 탈권위적이고 대중 소통에 강하며 개혁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새로운 청와대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대중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정치적 꿈을 키워왔다”며 “제도권 정치로 들어서며 계파화된 측면도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정치권에서 협치와 대중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도 “젊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참모들이 격의 없이 대하는 청와대, 또 참모들끼리 치열하게 토론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런 청와대로 청와대 문화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86세대 정치인들이 그간 ‘운동권 패거리 문화’를 만들며 계파 패권화했다는 비판도 적잖게 받았던 만큼, 대통령 친위그룹으로 세를 과시하면 관료 사회나 야당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나 윤건영 부실장 등이 청와대 요직에 앉아 문고리 권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 신분이었던 86세대들이 관료들과 충돌을 빚는 일이 잦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선 때부터 지적된 ‘친문패권주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쟁 진영 인사를 포괄하는 등 청와대를 보다 다양한 인물로 채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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